땅끝 기행시 -가학산에 와서(박종영)
2012-10-26 해남우리신문
가학산에 와서
노랑할미새 울음도 들었다
산자락 넘어 단풍나무, 나무 사이
비단웃음으로 달리는 묏바람 소리도 들었다
산벚꽃 열매 파랗게 매달려 오독오독 익어가는
마알간 가슴도 따서 입술 적셨다
산이 좋아 산 억달 집 짓고 사는
솔바람 같은 할아버지 카랑카랑한 덕담에
찌든 가슴도 뻥 뚫렸다
가학산은 혼자 살고 있었다
큰 고요를 한자리에 불러모아
물기 오른 나무와 잠을 자고 있었다
나무들의 속살을 들여다 보며 산새들이
게으른 나무들을 소리로 깨우고 있었다
혼자여서 외로운 가학산은,
아까운 세월 잠시 쉬어가게 은밀한 골짜기에
한 채 푸른 집을 짓고 있었다
박종영 시인은 해남 황산면 출신으로 해남중학교 10회 졸업, 해남고등학교 8회 졸업 후, 현재 목포에서 거주하고 있다. 박 시인은 2000년 문예사조로 등단했다. 또한 공무원문예대전에서 시부분 은상을 수상하는 등 현재는 대한문학세계 일반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