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땅끝(윤금초)
2012-11-10 해남우리신문
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갈잎으로, 밤이슬로
사쁜 내린 섬의 새는
흰 갈기, 날개 돋은
한마리 백마였다가
모래톱
은방석 위에
둥지 트는 인어였다.
상아질(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동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궁문(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긴 적요를 끌고
훠이, 훠이, 날아간 새여.
윤금초 시인은 해남 출생으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했다.
제3회 공보부 신인예술상을 수상했고 1968년 시조 ‘안부’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주요 작품으로 연작시조「탐색」「풀꽃 심서」「다비문」「일행소묘(一行素描)」등이 있다. 윤시인은 정형(定型)과 현대 감각을 양립시키며, 종래의 시조에 있어서의 이미지 결함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일부 시조시인들 작품 속에 활발히 움직이던 1960년대 후반기에 등장해 제한된 언어의 벽을 넘어서 보다 광범위한 시어들을 발굴하고 있다. 복음신보의 기자, 월간 자동차의 편집장을 역임했고 대한가족계획협회의 출판간사, 가정의 벗 편집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