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2013-01-04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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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핑(Surfing)을 하다 ‘산청 한방 축제’라는 광고 한 컷에 마음이 끌려 길을 달렸다. 산청과 한방이라는 뉘앙스가 오래 전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명의 허준’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었다.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산청은 청정골이었다. 주변의 산은 잘 가꾸어진 동산 같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온 땅을 적셔 생기를 더하는 곳이었다.
산청 한방축제엔 지리산에서 채취한 각종 약재나 신선한 나물들이 즐비했다. 축제장을 둘러보다 축제장 모퉁이에서 촌부가 팔고 있던 보라색 꽃 야생화에 마음이 끌려 한 그루를 사다 심었다. 꽃을 키우는 재주라곤 없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죽어버리겠지.’하는 심정으로 화분에 심었는데 이 녀석은 지금까지 야생화의 강한 특성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특별히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봄부터 겨울까지 꽃을 피운다. 봄, 여름엔 이런 저런 꽃에 묻혀 별로 관심 없이 보았는데 다른 꽃들이 자취를 감추어버린 겨울인 지금도 생생하게 꽃을 피워내고 있는 이 녀석을 오늘에야 유심히 본다. 생장력이 아주 강해 줄기를 꺾어 심어도 금방 뿌리를 내리고 물을 주지 않아도 잘 버티어내는 질기디 질긴 생명력을 가진 이 녀석의 이름을 잊은 지는 오래다.
이름을 모른다한들 어떠랴!
이 녀석의 이름은 그냥 꽃이다. 벚꽃이 백옥이라면 이 녀석은 자수정에나 비유될까? 지금도 양지녘에 놓인 화분은 보라색으로 가득 덮여있다.
봄의 전령사 진달래, 화사함으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벚꽃, 꽃의 계절 여름에 피는 장미를 비롯한 수많은 꽃들, 그리고 가을 꽃 국화 등 연중 많은 꽃들이 피건만 겨울에 피는 꽃은 드물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쪽으로 눈길이 간다.
내가 이 꽃을 사랑함은 다른 꽃들이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고, 나무 끝에 달려 마지막 몸부림을 하던 몇 개의 말라 비틀어진 잎사귀마저 고개를 떨구어 버려 삭막하기만한 때에 차가움을 이겨내며 홀로 핀 꽃을 볼 때마다 을씨년스러운 유리창 너머와는 전혀 다른 포근한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꽃은 볼 때마다 아름답다. 그러나 사람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사람이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대상물에서 아름다움(美)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그 영혼에 대상물이 지닌 아름다움 그 이상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으로 인해 꽃은 제 이름을 찾고 꽃이라 불리는 것 아니리요.
사람과 꽃을 견준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건 비교의 원칙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가슴 속에서 꽃을 찾고 싶은 욕망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꽃이 꽃다운 것은 색깔과 향기 때문이다. 꽃을 볼 때 가슴에서 풍겨 나오는 느낌과 감정이 마냥 아름다워 꽃 아니던가?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나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풍길 수 있기 때문임이요 꽃의 향기가 깊다한들 사람의 향기만큼 깊지 못하며 꽃의 색깔이 다양하다 하나 사람이 내는 색깔만 못하다. 분명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가수 안치환의 노래 가사처럼 서로를 보듬고 사랑의 향기 사랑의 온기를 품고 서로를 쓰다듬을 줄 아는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그 사랑은 숲이 되고 산이 되고 메아리로 남는다.
해남중 3학년 형진이를 돕기 위해 나선 수많은 손길들이 형진이의 가슴을 녹이고 이웃을 따스하게 하는 것을 보며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매년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원짜리 수표를 넣어놓고 담담히 사라지는 그 분은 사람들의 가슴에 꽃보다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고 눈짓이 된다.
사람만의 색깔, 사람만의 향기, 사람만의 온기를 품어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로 살자.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