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 또 다른 땅 끝에서(진 경 옥)
2013-01-04 해남우리신문
감청빛 대서양이 발 밑에 비수 같다
수런수런 풀리는 바다를 두고 땅도 두고
머나먼 이국에 와서 허허 망망 바라보니
토말 토말 토말 흙 냄새 버무린 토말이
왜 이리 간절하냐
끈적이는 걸음으로
남도 길 뜨겁게 떨군 눈물들하며
유리가루 콕콕 어깨 찌르던 절망까지
먼 봄꽃처럼 아련하다
까보데로까
선인장 흰 꽃들이 끝없는 땅 끝
지친 손금 흙을 뒤지면 푸슬푸슬 흰눈이다
마젤란의 배는 오늘도 출항하는지
낯선 벼랑으로 흰 새들이 하강한다
살 베일 듯 짙푸른 4월의 대서양
해남 땅 황토길이 혈육인 듯 그립다
진경옥 시인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1979년 월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불을 스쳐가는 작은 바람' '풍경을 지우면서' 등을 통해 순수의식을 지성적 언어감각으로 표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수상 작품은 '초당 숲에서' 외 51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