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 - 어란진에서(곽 재 구)

2013-01-25     해남우리신문
바람처럼 이곳 바다에 섰네
어깨 너머로 본 삶은 늘 어둡고 막막하여
쓸쓸한 한 마리 뿔고동처럼
세상의 개펄에서 포복했었네
사랑이여, 정신없는 갯병처럼
한 죽음이 또 한 죽음을 불러일으키고
더러는 바라볼 슬픔마저 차라리 아득하여
조용히 웃네
봄가뭄 속에 별 하나 뜨고
별 속에 바람 하나 불고
산수유 꽃망울 황토 언덕을 절며 적시느니.


곽재구 시인 1954년 광주에서 출생.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등단. 주요 저서로는 시집 『사평역에서』,『전장포 아리랑』,『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등과 산문집『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장편동화 『아기 참새 찌꾸』 등이 있다. 1992년 신동엽 창작기금과 1996년 동서문학상 수상.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 현재 순천대학교의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