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 - 해남(곽 재 구)
2013-02-01 해남우리신문
산수 공부하는 일학년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딸기 두 개와 자두 세 개를 하얀 접시 위에 놓아요
모두 몇 개지요?
반짝이 스타킹을 신은 젊은 여선생님의 목소리가 환하다
저요! 저요!
경운기가 학교 담장 아래로 지나간다
보리밭에서 보라색과 주황색의 색종이 냄새가 난다
처음 숫자를 배우기 시작하던 그 봄날
사랑이 찾아왔다
연필심 꾹꾹 눌러 쓴 한 줄의 시
피가 없는 혁명이 꽃바람 속으로 고요히 다가왔다
곽재구 시인 1954년 광주에서 출생.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등단. 주요 저서로는 시집 『사평역에서』,『전장포 아리랑』,『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등과 산문집『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장편동화 『아기 참새 찌꾸』 등이 있다. 1992년 신동엽 창작기금과 1996년 동서문학상 수상.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 현재 순천대학교의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