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고천암생태공원화사업’은 생태 복원에 초점 맞춰야
2013-02-22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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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4대강 사업에서 알 수 있다. 영산강의 경우 강바닥을 준설한 후 흐르는 강물을 대형 보로 막고, 강변은 불도저로 평탄화해 운동장, 산책로, 데크 그리고 잔디와 조경목을 새로 심었다. 가을이 되자 잔디밭은 쑥대밭이 되었고, 강물은 커피색물이 되었으며, 준설로 저습지가 파괴되자 나주 흥룡마을에 서식하던 백로 왜가리들은 부안의 줄포나 무안의 학마을 인근으로 떠났다.
영산강의 생태환경은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다.
해남군은 고천암 생태공원화사업에 220억 원을 투입하여 관찰센타, 탐방로, 학습장, 피크닉장 등을 건설할 예정이란다. 기본적으로 4대강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자연생태를 빌미로 쏟아 붇는 콘크리트 건설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때 고천암은 최대 50만 내외의 가창오리가 환상적인 군무를 펼치면서 국내외로 유명해졌다. 황새, 먹황새 등도 간혹 쉼터로 찾았으나 2000년 무렵에 막을 내렸다. 점차 가창오리는 영암호 등 전국 각처로 흩어졌다. 고천암호 주변을 달리는 자동차의 굉음, 호수 위를 질주한 쾌속보트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이제 가창오리와 황새들은 고천암호에서 완전히 떠나 사실상, 고천암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되고 말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고천암 생태공원화사업은 새로운 모색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진정한 생태공원화 사업에서 염두에 둘 일은 첫째, 휴전선의 비무장지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의 건강성은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멀수록 양호하다는 것이다.
둘째, 건강한 자연은 최대의 환경브랜드라는 점이다. 개방농업의 위기극복은 친환경브랜드 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고천암을 비롯한 해남의 간척지 환경은 매우 단순해 졌다는 점이다. 간척지 개답공사 시 저습지를 메꾸거나 준설해 바둑판식 논을 만드는데 집중하였다. 그 결과 황새, 두루미류, 노랑부리저어새와 같은 희귀물새는 거의 찾지 않게 되었다. 이를 감안하면서 고천암생태공원의 원론적인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해남 생태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친환경 브랜드화해 농업의 경쟁력이 제고돼야 한다. 이를 진정 원한다면, 예산의 대부분은 환경복원에 투입돼야 한다. 순천만의 경우를 보자. 처음에는 해남보다 결코 좋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은 최소화하고 논을 사서 습지로 조성하고, 전봇대를 뽑았다. 그러자 도래하는 흑두루미의 숫자가 계속 늘어, 10여 년 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하구습지생태공원이 되었다. 이제 순천을 ‘생태수도’라 칭한다. 또 충청남도 예산군의 경우는 190억 원을 투입해 텃새황새복원사업과 친환경쌀 농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전국 제일의 논 면적을 보유한 해남의 경우는 순천시, 예산군과는 달라야한다. 해남군은 간척호수와 논습지에 답이 있다. 해남은 220억 원으로 간척지 논을 사들여 저습지와 논습지로 새롭게 디자인하면 좋겠다. 그러면 황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와 같은 희귀조를 불러 모을 수 있다. 10여 년 전, 황새 50여 마리가 노랑부리저어새 300여 마리와 함께 해남간척지에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송지면 송호리 일대에 두루미가 도래해 천연기념물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제대로 습지만 복원되면, 희귀물새는 물론 예산군의 복원황새까지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해남 논습지는 람사르로부터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된다. 이때 해남의 농업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제고가 되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러한 논습지의 최적지는 고천암이 아니라 마산면 당두리 뜬 섬이다.
호수로 단절되어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핵심지역이기 때문에 진정한 생태공원의 최적지이다. 고천암 생태공원화사업은 여러 가지 환경과 그 변화를 보아가면서 간척지 습지복원에 무게를 두고, 최적지에 차근차근 추진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