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나라사랑 글쓰기 대상작-우주전쟁

2013-05-10     해남우리신문
허건영(전대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3학년)


우주에서 떠돌던 나는 지구에 불시착했다.
완전하지 못했기에 나의 진화는 늘 무디거나 뾰족했다.
계절은 틀림없이 바뀌고 해년마다 생일은 찾아와
나는 받을 이 없는 케이크와 백목련을 샀다.
멀리서 보면 은하수 같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도시
저곳에서도 견우와 직녀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중력이 더 힘겹게 느껴지는
집도, 동물도, 사람도 다 저지대인 동네로 돌아갔다.
오늘은 내 생일이고, 어머니 기일이고
나는 일생 인공위성 취급받는 이 궤도를 순응하고, 공전할 것이다.
흐느끼며 열리는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술에 취한 채 복권을 손에 쥔 아버지는
오늘도 벼락부자를 꿈꾸고
나는 조용히 미역국을 준비한다.
수의를 차려 입은 백목련 앞에
저녁상이 기울고
나는 꽃들이 어디에서 와서 피고 또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태초의 오늘은 내가 지구여행을 시작한 날
어두운 셋방에 촛불이 저녁별처럼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