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올래가 있다면 해남엔 땅끝 꿈길이 있다
2010-04-30 해남우리신문
|
다시 땅끝탑 위로 난 데크 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봄을 완상하는 한가한 발길은 느릿느릿 봄바다와 파릇한 봄산에 가 있다. 땅끝탑에서 땅끝산책로 안내판이 붙은 군부대 앞까지는 잠시 쉬어 해변을 구경할 수 있도록 8개의 쉼터가 조성돼 있다. 각 쉼터에는 땅끝 주변 마을들의 전설과 지명유래 등을 적어놓아 여행의 풍성함을 더해준다. 난대림이 발산하는 신선한 공기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는 일상에 찌든 사람들의 머리를 식혀주기에 안성맞춤이다.
나무 그늘을 벗어나자 동백나무 울창한 갈산마을이 나온다. 갈산마을엔 배들의 무사안일을 기원했던 할머니 당집이 후박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새로 조성된 오토캠핑장을 지나니 5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울창한 송호리 해변이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나무 그늘에 들어섰는데, 아직 찬바람은 성급하게 봄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햇볕으로 내몬다.
송호리에서 다시 바다로 접어들어 소릿재를 넘는다. 소릿재 주변 30리는 조선왕조실록에 소나무 숲으로 울창했던 곳이라 기록돼 있다. 지금은 군데군데 몇 그루만이 서서 옛 영화를 대신하고 있다. 소릿재는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이 아낙을 만나 사랑을 나누던 곳이다.
소릿재 아래 해변에 있는 독살은 그저 성처럼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다.
소릿재를 지나면 황토나라 개발 부지가 나오고 다시 해변길로 이어진다. 바위와 갯벌이 섞인 이곳을 보드랑개라고 부른다. 보드랑개에 널려있는 돌멩이에 굴이 붙어 있어 마침 송호리 용태심(70)할머니가 대전에서 내려오는 며느리에게 준다며 굴을 까고 있다. 고개를 들면 제일 먼 곳에 달마산 도솔봉이 보인다.
보드랑개를 지나 썰물 때만 드러나는 300여미터의 자갈 해변과 신비의 바닷길로 알려진 대섬을 걷기 위해서는 미리 물때를 맞춰야 한다.
송종리 앞을 지날 때는 마을에서 내려오는 물 때문에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이날 마지막 목적지였던 대섬은 증도라고도 부르는데, 대섬에는 소릿재 해변에 있는 독살과 비교되는 돌로 만든 독살이 있다. 굴을 까서 부지런히 나가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은 대섬 쪽은 지대가 높으므로 섬쪽에 들어온 물만 보고 있으면 섬에 갇히기 쉽다고 충고를 한다.
지난 24일 해남민예총이 실시한 ‘땅끝 꿈길 걷기’를 따라 땅끝길을 함께 걸었다. 땅끝 꿈길 걷기는 앞으로 미황사로 이어지는 천년의 숲길로 계속 이어진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