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른에도 봄은 오겠지

2010-04-30     해남우리신문

집에서만 이 계절을 맞이하기에는 오는 봄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던 날, 문득 멀리 있는 너를 생각한다. 주영아!
오랜 만에 바람이 부드러운 오후였지.
우리는 광장에 나가서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구나. 벚꽃이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 있다니, 이틀 전 까지만 해도 조용했었는데 이 봄은 어쩌면 이렇게도 황홀하게 한꺼번에 꽃망울을 뿜어낸단 말이냐. 때가 되면 조바심치지 않아도 봄은 언젠가는 이처럼 황홀하게 오는 것을, 누군가의 구령에 맞추어 일제히 피어난 듯 하더구나. 게다가 맛있는 저녁식사까지 곁들였으니 고모는 이봄을 맘껏 누리는 듯 했다.
주영아! 거기에도 봄이 오겠지?
여기는 보리숭어가 한창 맛있을 때란다.
바다에서 나오는 고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 횟감으로 사용되는 생선인데 이때가 제철이지, 더 맛있는 회가 얼마나 많은데 겨우 보리숭어냐고 남들에게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싸기도 하고 내 입맛에 딱 맞아서 고모가 좋아하는 생선이란다.
그 육질의 탱탱함이라니 어찌 말로 할 수가 있겠니! 처음에 해남으로 내려 왔을 때는 생선회의 맛을 전혀 몰랐었지만 고모도 이제는 맛도 알고 찾아서 즐기기도 한단다.
주영아. 네가 언젠가 고모에게 보낸 메일에서 ‘퀼른의 겨울은 끔찍하다’고 했었지. 서울 생활에만 익숙했던 너에게 유럽의 기후는 견뎌내기에 많이 힘들었을 거야. 특히 긴 겨울의 혹독한 추위는 힘든 외국생활을 더욱 외롭게 했을 거야. 하지만 봄은 또 기어이 겨울을 물리치고 네가 있는 퀼른에도 봄날이 오겠지.
주영아. 얼마 전에 네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황홀한 봄에 네가 결혼을 하는구나! 네가 어느새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혹시 어렸을 때 기억나니? 할머니 집에서 바퀴 달린 말을 타고 놀던 모습이 고모 눈에는 지금도 선한데, 하지만 어떡하니, 너를 키워 주시던 할머니는 아직도 병원에 계신단다.
참, 그사이 세월이 많이도 흘렀구나. 늦은 밤, 별과 함께 걸어오는데 문득 네가 보고 싶어진다. 지금이 인생의 봄인 것 같다는 행복이 묻어나는 너의 편지가 어찌나 반갑던지 고모는 고맙고 감사하다. 코쟁이를 데리고 와서 결혼한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었는데, 교포라고 하니 더욱 기쁘구나. 고모의 마음은 진즉 독일로 날아가고 있다는 걸 알지?
4년 전 너를 보내 놓고 안타까워하던, 전화기 너머의 네 엄마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오월의 신부 오주영! 5월 1일이라고 했지? 결혼식에 참석은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많이많이 축하해 줄게. 9월쯤에나 귀국한다고? 그때 반갑게 만나자.
사랑한다, 축하한다, 우리 주영이!
할머니 뵈러 간지도 꽤 된 것 같구나. 늘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오는 주말에는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다. 너의 결혼 소식도 전해주고…
봄이 오는 땅끝마을에서 사랑하는 고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