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탄원서

2013-06-28     해남우리신문
내게 서명해 달라는 두툼한 서명서 용지가 배달되었다. 명분은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서해남부선 철도건설 요청서를 박근혜대통령에게 탄원하자는 요지인데 철도역은 대불, 우수영, 해남 강진, 장흥, 보성역으로 연결해 달라는 것이며 그 지역 국회의원 및 재경 향우회장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다.
철도건설은 도로건설비용 보다 3배 이상 예산이 소요된다. 명분이야 그 지역 농산물을 더욱 빠르게 더욱 많게 유통시킴으로 지역경제를 번영하게 한다는 것이다.
얼핏 귀가 솔깃한 소리이다. 지역 경제의 낙후성은 운송교통이 부족한 탓인가? 생업에 종사하는 농민은 자기 농산물을 도시에 팔려고 도로철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중간상인의 화물차들이 몰려와 후려치는 가격으로 사들이고 다시 바삐 서울로 가서 2,3배 가격으로 유통마진을 올리는 그네들을 위한 도로이며 철도운송이다.
현재의 2차선도로 확장도 불필요한 국토 낭비이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보면 직선도로나 2차선을 만들면 빨리 갈 수 있음에도 구불구불 돌아가게 한다.
자연의 훼손 망가짐을 우려한다. 우리는 도로 만들기, 철길 만들기로 전국토가 누더기 형상이다.
기존도로를 활용할 생각은 않고 새길을 만들어 주변의 매점 식당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도로공사가 제멋대로 횡포를 부린다.
근처 주민은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 말 못하고 시멘트, 아스팔트 포장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유기적 생물번식을 차단한다. 그 유명한 사례가 파인비취라는 골프장 가는 관광단지이다.
골프장 잔디를 보존한다고 제초제를 사용해 인근바다를 오염시켜 물고기가 없고 벌레가 없으니 새들도 살지 않는다.
노자의 ‘도덕경’ 小國寡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작은 마을 사람들은 수레가 있어도 타지 않고 병기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건너 마을을 바라보아도 평생 왕래하지 않는다. 자급자족하면서 다른 마을을 병합하려고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평화 공동체를 묘사한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와 기차 등 스피드 등을 낼 수 있는 도로를 무한 확장하는 것이, 반공해 물질로 대기를 오염하는 것이 발전이며 다른 마을의 경제적 침탈을 개발명분으로 감행한다는 것이 모두가 잘사는 경제시스템이다. 탄원에 앞서 누구를 위해 하는가 돌아볼 일이다
흔히 지역 주민들은 도시 트럭이 몰려와서 자기밭 양파와 배추를 전량 수매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수고비도 못 건지는 헐값으로 처분하거나 통째로 썩히고 갈아엎는 일이 비일 비재하다.
상인은 되팔아 챙기는 수익을 계산해 물가를 올리는 식의 공급을 조작 한다. 남아도는 곡물을 바다 속에 처넣는 고전적 교활성은 지금도 성행한다. 주가 조작과 다름없다. 탄원서를 작성한 사람들은 실제로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단한 슬픔을 모른다.
현재 농촌은 점점 일손이 부족하고 노동력도 벅차고 힘이 든다.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도시로 나들이 가는 기차역을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속절없이 개발타령을 늘어놓으니, 황당하다 .내가 누구 탓에 사는지 자신을 길러준 부모, 농민의 마음으로 내려가서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