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지성사의 큰 별 법정스님
2013-07-15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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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피해가 타 지역에 비해 더 컸던 목포, 법정 스님은 많은 학우와 친지들이 희생되는 경험을 겪으면서 예민한 감수성에 상처를 안게 된다. 상처를 안고 방황하던 법정은 22세 때 통도사에서 머물고 있는 효봉선사를 만나 머리 깎고 행자승이 된다. 효봉의 속명은 이찬영, 일제시기 조선인 최초 판사 출신이다. 그는 어느 죄수를 사형선고 한 후에 무죄로 밝혀지자 판사직을 내던지고 금강산에 들어가 불문에 귀의한다. 효봉은 한국 선종법문의 일인자이다.
법정은 불경 공부를 연마하려고 해인사의 대학코스인 강운대 교과를 졸업하고 20여권에 이른 많은 저서를 남긴다. 불경이 한문의 늪에 빠진 것을 통탄하고 대중들이 알기 쉽게 우리말과 글로서 깔끔하게 전달하는 문학적 재능을 발휘한 결과 항상 그의 저서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다. 그 중에 유명한 것이 ‘一期一會’이며 ‘무소유’이다. ‘일기일회’는 지금 여기서 두 번 올수 없는 삶의 나날에 충실해 붓다의 뜻을 이루자는 내용이며 ‘무소유’는 재물에 빠진 자본주의 세태를 비판하고 스스로 온갖 명리를 버리고 산속에 은거하며 무소유를 실천, 교단을 일깨우는 선가 행위이다.
김수환 추기경도 법정의 인품을 존경해 초청강사로 초빙할 정도로 기독교와의 소통에도 힘쓴 분이다. 모든 종파를 초월하고 철학, 문학 동네와도 거침없이 대화할 수 있는 식견이 사통팔달한 분이 법정스님이다.
무엇보다 우리글을 아끼고 다듬어서 불교를 현대화한 유일한 분이다. 이점을 나는 높게 평가한다.
법정은 2010년 3월11일 그의 나이 77세로 입적한다. 남긴 유언은 그간에 출판된 저서는 사후에 절판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며 이런 유지를 받든 ‘맑고 향기로운 출판사’도 더 이상 발행을 중단한 상태이다 .
책이란 지은이의 정신적 기록의 궤적이며 인간됨을 가늠하는 척도인데 법정은 그 정신적 소유마저 거부함으로 지성인에게 섬뜩한, 철저하게 무소유의 경지를 보여준다.
지성이 메마른 삭막한 풍토에 나는 평소에 존경하는 법정스님이 해남인이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 해남의 자랑거리가 무엇인가? 우리정신의 자세 아닐까?
그렇다면 해남문화예술에 큰 자취를 남기신 분을 위한 문화기념을 하는 것이 살아있는 해남사람들의, 우리 몫이 아닐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