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유물관 제2전시장
녹우당 종가와 입장 갈려

윤두서 자화상 등 대표적인 윤씨종가의 유물이 전시된 고산윤선도박물관 제2전시관 입구가 천과 배너로 막혀 있다. 
 

 

 고산윤선도박물관 제2전시실이 폐쇄되면서 공재 윤두서 자화상 관람은 불가능하다.
지난 9월6일 찾은 고산윤선도박물관 제2전시실 입구에는 ‘관람을 위해 입구방향으로 돌아가세요’라는 배너가 설치돼 있었다. 
광주에서 방문한 김 모씨는 “윤두서 자화상을 감상하러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왔는데, 특별한 설명도 없이 자화상이 전시된 공간이 막혀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해남 대표 유적지인 고산윤선도박물관 제2전시실이 폐쇄된 것은 지난 8월 초 옥상방수 및 수장고 정리가 끝나고 난 뒤다. 
제2전시실에는 국문학의 대표 시인 고산 윤선도가 남긴 작품과 조선후기 풍속화의 선구자였던 공재 윤두서의 작품 등 30~40점이 전시돼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하면 모나리자가 상징이듯 윤선도박물관의 상징은 국보 240호 윤두서 자화상이다. 이외에도 <금쇄동기 金鎖洞記>, 〈산중신곡 山中新曲>, <어부사시사 漁父四時詞> 등 문화재급 문헌과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제2전시장이 폐쇄된 이유는 고산윤선도박물관을 운영하는 해남군과 박물관 소장품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녹우당 종가와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현재 윤선도박물관내 유물들은 기탁·기증 방식이 아닌 단순 보관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해남군은 녹우당 종가의 허락 없이 수장고는 물론 전시물 위치, 유물 이미지도 활용하지 못한다. 현재 해남군은 영인본 제작에 이어 영인본 활용방안에 대해 녹우당 윤씨종가와 협약을 조율 중이다. 아직까지 협의된 내용이 없기에 녹우당 종가의 요구에 따라 제2전시실이 폐쇄된 것이다. 
녹우당 종가에서는 윤선도박물관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립박물관으로써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남군에 전문학예사 고용 및 독립된 부서 구성도 주문한 상태다. 
이에 해남군은 현 조직 체계를 넘어선 독립적인 박물관 운영 체계 구성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해남군은 영인본을 제작해 활용방안을 찾고 있지만 제작된 영인본에 대한 소유권 또한 녹우당 윤씨종가에 있기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국립박물관에 유물을 보관하는 경우 전시물에 대해 소유자의 기탁 내지 기증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해남군과 녹우당 윤씨종가는 유물 활용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구두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또한 2020년 수장고에 빗물이 세면서 해남군과 녹우당 종가와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고 녹우당 종손이 바뀌면서 양쪽의 입장은 여전히 줄다리기이다.
해남군은 고산윤선도박물관 건립에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한해 운영예산만 1억8,000만원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물에 대해서는 녹우당 윤씨종가의 허락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딜레마에 놓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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