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변화있는 해남경관 누구나 감탄
자연경관 차폐시키는 가로수 그만 심자


차창 밖으로 해남의 들녘을 바라봅니다. 산도 보이고 올망졸망 농촌마을도 보입니다. 참 정겹습니다. 붉은 황토땅에서 자라는 겨울배추와 마늘, 보리는 겨울철의 볼거리입니다. 들에서 자라는 벼도 고구마도 감자도 고추도 모두 해남의 경관을 만드는 요소입니다.
경관 전문가들은 해남의 자연경관에 감탄합니다. 변화와 리듬이 살아있고 시야를 시원하게 열어준다는 것입니다.
산이면의 자연경관은 시원하면서도 곡선의 능선과 구릉이 매력적입니다. 높은 산은 전혀없는 자연지형, 차창 밖으로 내다보면 완만한 구릉이 시선을 즐겁게 하고 둥근모양의 구릉 때문에 끝없이 펼쳐진 들녘을 보는 듯합니다. 또한 구릉에 심어진 다양한 농산물은 사시사철 들녘에 변화를 줍니다.
밭이 주인 산이면과 달리 계곡면은 논이 주입니다. 반듯한 논을 보면 시원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이 듭니다. 또한 흑석산과 그 아래에 자리한 농촌마을의 풍경은 얼마나 정겹습니까.
해남읍에서 땅끝으로 가는 길목,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의 스카이라인, 결코 지루하지 않는 풍경입니다. 도로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산과 도로와 산 사이에 펼쳐진 들녘, 조금 더 가면 시원한 송지 바다가 나옵니다.
자동차를 타고 여러 지자체를 둘러보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자연경관을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해남처럼 시원하면서도 변화가 있는지, 해남 경관만큼 시선을 즐겁게 하고 너무도 다양한 볼거리를 주는지 말입니다.
그야말로 해남의 들녘과 산, 농촌마을은 그 자체가 가로수입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는데 왜 굳이 가로수를 또 심어야 할까요. 인간의 욕심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때 욕심을 내어 모든 길가에 가로수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남아있는 가로수 중 눈길을 끄는 곳은 삼산초등학교 앞 메타세콰이아와 벚나무 뿐입니다.  
나머지 도로변의 가로수는 오히려 경관을 헤치는 장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무용을 가르쳤던 것은 감수성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자연경관도 감수성을 키워주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또한 현재 우리사회는 삶의 질과 함께 공간의 질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미술 작품은 특정한 장소에서 관람하지만 경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삶 속에 있지요. 그만큼 우리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자연경관이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면서 해남군의 가로정책도 최근들어 많은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각 면단위에서 추진하던 가로수 업무를 군으로 일괄 이관했고 이를 관장할 가로수계도 신설했습니다. 또한 가로수를 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가로수를 가꾸는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해남의 자연경관 자체가 가로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도로변에 서 있는 나무 하나도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라며 가꾸려는 노력을 보입니다.
가로수라는 것은 삭막한 도시에서 추진할 정책입니다. 자연 그 자체가 아름다운 농촌지역에서의 가로수 정책은 도시와 달라야 합니다.
경관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가로수 식재가 오히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차폐시킬 수 있음을 우려합니다. 농촌에서의 가로수는 도로변과 인접한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고 특징적인 지역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한 것임을 말합니다. 또한 작은 야생화나 관목, 그리고 키가 큰 가로수를 식재할 장소가 따로 있음을 강조합니다. 해남군은 2002년도에 가로경관 용역을 의뢰한 바 있습니다. 그 용역에서 강조한 것도 해남의 자연경관을 살리는 방향에서의 가로수 정책이었습니다.  
해남군의 변화된 경관정책은 환영할 만합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뿐 아니라 인접한 산의 나무와 논둑, 즉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가로경관이고 따라서  이를 가꾸는 데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길가에 흐트러진 나무 하나와 나무에 매달린 비닐 하나에도 사람들의 마음은 상합니다.
전남도가 추진 중인 신설국도변의 난대수종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해남은 난대수종 적지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그러나 전남도의 도로변 난대수종 식재 정책이 아름다운 자연을 차폐시킨다면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가로수를 식재한다면 키 작은 난대수종들이 더 나을 것입니다.
해남의 모든 도로변에서 가로수를 만납니다. 종류도 제각각이지만 흉물스러운 것이 대부분입니다. 황산방면 도로변의 목련은 화까지 나게 합니다. 화원지역 가로수도 어지럽고 마산방면 동백나무도 썩 좋은 상태가 아닙니다. 황산, 문내방면 무궁화도 보기에 괴롭습니다. 아니 해남 전 지역에 있는 가로수 자체가 눈을 피로하게 만듭니다. 물론 식재할 필요가 없는 장소에 식재한 것이 더 큰 문제지만 말입니다.
이미 심어진 가로수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듬성듬성 있는 가로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리로 한데 모으고 경관을 심히 헤치는 가로수는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물론 군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두렵겠지만 그것을 매일 봐야하는 군민들의 마음의 상처보다는 더 나을 것입니다.
8만 군민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바라볼 권리가 있습니다. 행정은 이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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