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면 청룡리에서 30년 동안 막걸리를 빚어온 박재권(65) 사장. 세상이 음양의 조화로 이뤄지듯 음식의 세계도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 사장은 한때 운수업도 해보았지만, 종업원들과 한 식구처럼 지내던 주조장의 정을 잊지 못해 다시 막걸리계로 복귀한 인물이다.
화원주조장에서 빚어내는 막걸리는 ‘건곤지덕생칡막걸리’이다. 한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지금도 손에서 주역을 놓지 못한다는 박 사장, 그가 빚어내는 막걸리는 하늘과 땅의 덕이 담긴 막걸리이다. 몸이 백 냥이면 간은 아흔아홉 냥이라고 말하는 박 사장은 그간 빚어오던 막걸리에 간장을 생각해 칡을 첨가했다. 칡은 일반적으로 간을 보해서 갈증과 숙취를 해소해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입국실에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는데 그것은 효모를 활성화시키기 위함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지만 엄연히 살아 있는 그들만의 세계를 존중해주기 위해서다.
일교차가 커야 과일의 당도가 오르듯 박 사장은 입국실도 온도를 높이거나 낮춰 누룩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박 사장은 이를‘유격훈련’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탄생한 화원막걸리는 유통기한 또한 길다. 생김치 좋아하는 사람 묵은 김치 좋아하는 사람 다르듯이 막걸리도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막 제성(거르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후숙의 과정을 거쳐 적당히 발효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단다.
박 사장은 울금막걸리도 개발했는데, 여기에는 그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열대지방 사람들이 더위를 잘 견뎌내는 것은 그 지방의 열이 나는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이라며, 열대식물인 울금(노란 생강)을 막걸리에 첨가하면 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술의 원조는 막걸리인데, 막걸리를 증류하면 소주가 된다. 술을 증류하는 과정에서 메틸알코올과 에틸알코올로 분류되는데, 공업용인 메틸알코올(65~70도)은 에틸알코올(70도) 보다 저온에서 증류가 된다. 박 사장은 이를 정유의 정제과정에 비유해 메틸알코올은 맨 처음 정제되는 천연가스와 같다고 말한다.
화원막걸리는 125m 지하에서 뿜어 올린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막걸리의 맛은 물보다는 입국이 생명이라고 한다. 입국 시의 온도와 습도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네가 있는 그 자리에서 베풀어라. 그것이 너의 흔적이다”라는 선친의 말씀대로 박 사장은 사람과의 만남을 중시한다. 그는 지역사회에도 관심이 많아 현재 화원면 청소년지도위원을 맡고 있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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