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이 지은 흙집교회


태초에 하나님은 흙으로 사람을 빚었다. 빚은 흙에 생기를 불어 넣으니 그가 바로 최초 인류인 아담이다.
모든 생명을 잉태하는 흙, 모든 생명을 키우고 열매맺게 하는 흙은 기독교 신앙과도 관련이 깊다.
그래서일까, 송지면 서정리에 위치한 봄길교회는 흙으로 지었다.
교회 마당에 있는 목조구조탑 위에 걸린 십자가를 보지 못한다면 가정집이나 시골상가로 오인하고 지나갈만큼 소박하고 정겨운 건축양식이다.
봄길교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교회건축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지붕삼각탑 위에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십자가도 없고 갈수록 거대해지는 교회건축의 모습도 아니다. 낮은 대로 임하소서라는 예수의 진리를 건축양식에 녹아낸 듯 하다.
교회 안에 놓여 있어야할 의자도 없다. 다들 바닥에 앉아 예배를 드린다. 앞의 단상도 낮다. 바닥에 앉아 설교를 듣는 신도들과 목사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설계겠지만 그 모습이 살갑다. 벽면에 그려진 물고기 모양, 동심을 자극한다.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배불리 먹이고 12광주리가 더 남은 예수의 이야기에서 착안한 모양인 듯 하다. 물고기 속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와 성채 그릇이 놓여 있다. 모두 교회를 지은 목사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근래에 지어지는 교회 건축물은 대리석이나 노출 콘크리트기법을 이용해 도회적이며 차가운 분위기를 가진 양식이 대부분이다.
창문 윗자락이 봉긋 솟은 걸 보면 로마네스크 양식인가 싶다가도 하늘 높이 치솟는 십자가탑과 건축물 바깥의 건물기둥은 고딕양식처럼 보이는 정체불명의 건축양식이 많다.
봄길교회는 장 균 목사가 마을사람들과 신도들, 인근초등학생, 수련회온 청년 등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손을 빌어 완성된 교회이다.
건축업자가 아무리 혼을 담아 지었던들 믿음과 철학을 바탕으로 손수 지은 황토 교회는 그 자체만도 의미가 남다르다.
봄길교회 목탑 십자가도 소박함과 함께 경건함을 준다.  
교회 조그마한 공간에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예배드리고 교회마당 십자가 밑에선 올망졸망 꽃들이 모여 있는 곳, 어느 시골마을 이름없던 개척교회의 향수가 더해지는 전경이다.
봄길교회는 스트로베일기법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스트로베일 건축은 소먹이용 사각 압축볏단을 벽돌처럼 쌓고 황토미장을 발라 마감하는 생태건축방식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검증된 건축법으로 우리나라 전통흙집과 목천흙집의 내장재와 일맥상통한다.
이 공법은 황토반죽으로 지어졌기에 원형구조가 가능하며 사각의 건축물이 아니어서 날이 선 부분이 없다. 그래서 원형의 교회안은 따뜻하고 온화함이 있다.
교회 지붕 가운데는 막힘이 없이 하늘과 통해 있다. 신도들은 예비를 드리며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의 기울기를 맛본다. 그 눈부심이 하나님의 숨결처럼 느껴진다. 만다라공법으로 만든 지붕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공법으로 나무를 나선형으로 얽어매 서로 지탱하도록 하는 공법이란다. 지붕 한가운데 난 천창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을 교회 안에 넣은 것은 봄길교회에서만이 볼 수 있는 예술적 감성이다.
어느 교인은 조리개 모양과 흡사한 중앙에 앉아 기도를 드리면 땅의 기원이 하늘에 전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해 신앙권고문을 통해 “교회가 손에 흙을 묻히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교회 문화를 비판했다.
그래서 태생부터 주변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지어진 봄길교회는 태초의 기독교 교리가 담겨진 건축양식처럼 느껴진다.
둥글둥글하고 아늑한 건축양식, 그곳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하나님의 숨결을 느낀다.  
봄길교회는 송지면 서정분교 앞에 위치하고 있다.                  
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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