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면 남창 M미장원

할머니 머리패션 변화주도
소문 듣고 너도나도 찾아


뽀글뽀글 파마머리, 그것도 풍성한 파마가 아닌 머리에 딱 달라붙은 파마, 최대한 뽀글뽀글  볶은 파마머리가 할머니들의 머리 패션이다. 뽀글뽀글 파마머리는 자고 일어나 물만 묻혀도 생생히 살아나고 들녘에서 일을 마친 후 탁탁 털면 그만인 파마이다. 이러한 농촌 할머니들의 머리패션에 변화가 일었다.
농촌 할머니들의 머리패션에 변화를 몰고 온 이는 양범렬(50) 씨, 북평면 남창에 위치한 M미장원 사장이다.
읍에서도 드문 남자 미용사, 양 씨는 5년 전 고향인 남창에 미장원을 차렸다. 대도시에서 미용경력 20년, 몸이 아픈 아버지 대신 어머님이 경운기 몰고 농사짓는 것이 안타까워 큰 맘 먹고 결행한 고향행이다.  
처음 M미장원을 찾은 할머니들은 다들 뽀글뽀글 파마머리만을 고집했다. 외국인 눈에 한국에는 미장원이 하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는 그 뽀글뽀글한 머리이다. 각자 얼굴에 맞은 자연스러운 머리를 해드리고 싶어도 막무가내다. 조금이라도 굵게 말려 하면 큰 일 날 것처럼 난리치는 게 할머니들의 머리패션이다. 그러나 한 번 바꿔보면 확연히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에 하나 둘 딱 붙은 파마가 아닌 조금은 풍성한 머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할머니 중에는 고집스럽게 뽀글뽀글 머리패션을 고수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양 씨의 손에 머리패션을 맡긴다. 뽀글뽀글 머리가 아닌 풍성한 파마머리를 한 할머니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양씨가 처음 미장원 문을 열었을 때 뭔 남자가 미장원을 하느냐며 다들 이용을 꺼려했다. 아버지도 동네 부끄럽다며 한사코 말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머리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젠 농촌 할머니들의 사랑방이 됐다.
할머니들은 남창 장날이면 6시부터 미장원을 찾는다. 미장원을 찾았던 지난 11일에도 순서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이 소파에 가득 앉아 계셨다.
할머니들이 M미장원을 선호하는 것은 친절한데다 머리를 예쁘게 말아주기 때문이란다. 컷트를 잘 해야 머리가 예쁘게 나온다는 영전댁(77)은 죽을 때까지 이곳을 찾을 것이라며 자신의 파마머리에 만족감을 표했다.
완도에서 왔다는 모 아주머니도 머리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양 씨의 소문은 꽤 퍼졌는지 완도에서도, 송지와 북일에서도 찾아온다. 장날은 새벽 5시부터 손님맞이를 서둘러야 한다.
양 씨는 대도시와 달리 농촌은 오전 6시면 문을 열고 오후에는 일찍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할머니들과 생활하는 농촌생활이 정겹고 행복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도시처럼 스트레스도 없어 도시생활은 아예 잊어버렸다고 밝힌 양 씨는 미용사 이전에는 책세일 등 숱한 직업을 전전했다고 한다.
미용사에 대한 꿈은 중학교 시절 우연히 우리나라 첫 미용사였던 박 준 씨의 기사를 본 후부터이다. 남자도 미용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고 자신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미용사 꿈이 잊혀진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자 그 길을 걷게 됐다며 어릴 적 꿈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내려와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다는 그는 농촌에서 미장원을 차리길 너무도 잘했단다. 어머니 같은 노인들 분의 머리를 만지고 파마가 잘 나왔다며 행복해 하시는 할머니 모습에서 자신의 행복도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M미장원의 주 고객은 할머니들이지만 소문이 나면서 젊은층과 어린들도 많이 찾고 있다.                        김유성 기자/
사진=노명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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