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 원림터 수정동 입구 심각하게 훼손

사적지 지정 서둘러 개발행위 막아야 여론
석산개발 인근 마을주민들 집단 반발 들어가

고산 윤선도의 대표적인 원림이자 창작실이었던 현산 만안리 수정동의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수정동과 불과 320m 떨어진 곳에서 석산개발이 15년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 올 12월 마감인 석산개발이 다시 연장신청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고산윤선도 관련 중요 유적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안리 석산개발 연장과 관련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가운데 고산 윤선도 유적지인 수정동의 사적지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수정동은 고산 윤선도가 53세에 영덕 귀양에서 풀려나 첫 은거를 시작한 곳이다. 이후 고산은 수정동 옆 문소동을 찾아 더 깊은 은거에 들어가고 이듬해 금쇄동을 발견한다.
현산면 구시리 뒷산에 위치한 금쇄동과 수정동, 문소동은 우리나라에서도 유일무이하게 산 정상에 정원과 정자가 조성된 곳이다.
이곳은 고산 윤선도의 문학 활동의 주무대였고 고산은 이곳에서 10년을 번갈아 머물며 ‘산중신곡’과 ‘어우가’ 등 주옥같은 시들을 쏟아냈다.


수정동과 금쇄동, 문소동은 고산의 창작실이자 한국 원림문화의 보고이지만 현재 금쇄동만 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작 금쇄동의 연장선 속에 있는 수정동 인근에선 석산개발이 허가되고 있다. 문화재 보호법에는 500m 이내에선 개발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하지만 수정동은 사적지 지정에서 제외돼 320m내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또 석산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수정동 진입로여서 한국 정원문화의 꽃으로 꼽히는 유적지 주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해남군도 이곳의 중요성을 인식해 2011년 ‘윤선도 유적 및 현산 고성 종합정비 기본계획 학술연구 용역’을 서울대 환경조경학과에 의뢰해 수립했다.
학술용역에서는 금쇄동과 수정동이 우리나라 정원사에서 지니는 가치가 큰 만큼 문학사 연구와 답사객들이 조선중기의 시대상을 충분히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금쇄동과 수정동을 복원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선 수정동의 사적지 지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함을 밝혔다.


그러나 학술용역조사 3년째인 지금까지 수정동 일대 사적지 지정 움직임은 없는 상태이다. 또 해남군이 학술용역조사 이후 진행한 2014년 발굴조사에 금쇄동만 포함시켰을 뿐 수정동과 문소동의 발굴조사는 제외시키고 있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고산의 원림 중 수정동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다며 수정동을 제외한 금쇄동만의 발굴과 보존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올해 연말 개발기간이 끝나는 만안석산의 연장신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해남군의 수정동 사적지 지정요청을 서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정동이 비지정 문화재여도 매장문화재 성격이 짙어 역사, 문화, 자연환경 저해 여부 등을 들어 연장허가를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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