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자(편집국장)

서로가 나누는 대화도 아니고 토론회 장도 아닌 일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인사말이다. 흔히 술자리에서도 한 사람이 2분 이상 발언을 하면 지루하다.
비록 3~4분 간격으로 주인공이 바뀐다 하더라도 일방의 인사말을 듣는다는 것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해남에 있는 모 행사에 참여했다. 내내 축사와 격려사만 들었다. 시간을 재봤다. 30분, 전체 행사의 3분의 1을 축사와 격려사가 차지했다.


해남에서 가장 큰 행사인 또 하나의 행사를 지켜봤다. 관객들은 운동장에 세워놓고 너무도 긴 축사와 격려사가 줄을 이었다. 단상에 선 이들이 눈치껏 짧게 해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혼자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이들도 분명 있다.
국회의원, 군수, 도의회 의장, 군의회 의장, 외지에서 온 단체장, 1대회장, 행사주최 측과 관련된 사람의 축사 및 격려사 등. 행사 주최 측이 나눠준 행사 유인물을 봐도 기념사, 환영사, 축사, 격려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분명 행사의 목적과 취지가 있을 것인데 온통 인사말이다. 기관장들의 긴 인사말은 예정된 행사시간을 초과시키기 일쑤다.
아, 지루하다. 정말 지루하다. 각 행사장을 찾을 때마다 들리는 관객석의 반응이다.
단 1시간이어도 참석한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감응을 주고 깔끔하고 단아하다는 평가를 받을 행사와 축제는 없을까.


모든 행사엔 각각의 성격과 목적이 있다. 그것에 충실하면 되는데 행사의 대미를 축사와 격려사 등이 차지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축사에 비중을 두는 것은 행사의 격을 높이겠다는 주최 측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초대를 했으니 단상에 올려야 한다는 사고의 경직성에서 비롯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남에서 알아주는 단체의 행사는 이러한 형식성이 더욱 강하다는 것이다. 봉사단체도 이러한 형식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긴 축사 등이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은 배포된 행사순서를 보며 이제나 저제나 끝날까만을 기다리는 지루함의 연속이다.


요즘같은 바쁜 세상에, 요즘처럼 행사도 많은 세상에 그 많은 축사와 격려사를 들으라는 것은 고문이다. 인사말에 귀를 기울이는 관객도 드물다. 어디들 가던 듣는 소리, 무의식중에 틀어놓은 TV소리다.
대표 한사람 정도 축사를 하고 나머지는 귀빈 소개로 대신해도 충분하다.
축사와 격려사가 차지하는 행사와 축제는 느껴야할 감응을 감축시켜 버린다. 그 축제가 그 축제, 그 행사가 그 행사라는 데미지만 남긴다.
어떤 행사나 축제든 주인공은 그곳에 참석한 회원이나 관객들이다. 긴 축사와 격려사는 관객을 객체와 시키고 행사를 형식화 시켜 버린다.
행사가 일상의 삶이 됐고 서로의 만남과 소통을 위해 중요한 위치로 떠오른 만큼, 정말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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