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천 (전 해남동초 교사)

40년 전인 1975년인 걸로 기억됩니다.
지방직 공무원 면접에서 면접관이 물었습니다.
“유신(維新)이 무엇인가요? 10월 유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시 스무 살을 갓 넘었던, 세상 물정에 생경(生硬)하고 더구나 정치와는 무관한 청년에게 던져진 질문이었습니다.
당시엔 유신체제에 반대해 민주화를 염원하는 저항 세력들과 학생 운동이 활발했던 때였습니다. 사회는 불안했고 데모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정문에까지 군인들이 배치돼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면접관의 물음에 공무원 시험 대비 서적에 예상 문제로 제시돼 있던 내용을 기계적으로 옮겨 대답했습니다.
“유신이란 낡은 것을 새롭게 고쳐 국가 발전 대계를 세우는….”
면접을 통과해 공무원에 임용됐고 얼마간 지방직 공무원 생활을 했습니다. 갖은 풍상을 겪어 본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당시에 제가 했던 대답은 역사가 증언하고 있는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2015년 12월3일 방송과 신문을 통해 40년 전 면접관이 물었던 것과 비슷한 질문이 던져졌다는 소식을 듣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기업 채용 면접에서 요즘 정치적인 질문들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등의 질문입니다. 27살 이 모 씨는 지난달 성균관대 교직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서울 도심 집회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습니다. 농민 백남기 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게 누구의 책임이냐는 겁니다.
김모 씨는 삼성그룹 최종면접을 보러 갔다가 여성 리더로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면접이란 채용시험의 연장인데 ‘너는 어느 쪽이냐?’라고 묻는 것과 다름없는 시대착오적인 질문은 수험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이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폭력이나 억압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결코 면접 이야기가 아닙니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4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누구를 위함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국내 K신문의 기사는 ‘그때 그 시절’로의 회귀를 실감나게 합니다. ‘해외 유력 언론들이 아시아 민주화의 모범사례였던 한국이 권위주의 시대로 퇴행한다고 지적합니다.’ 아사히신문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 조치는 국민통합은 커녕 불신만 확산시킬 뿐”이라는 제목을 달았고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이념 대립마저 극렬한 때에 입학이나 취업 면접마저 정치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시국이라면 우리는 슬픈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정치, 그것이 바로 현대의 비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합니다. 반세기를 살아오는 동안의 경험을 통해 현실의 위기감이 반사적으로 느껴집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고(故) 김영삼 대통령이 남긴 말은 도대체 누구에게 해당되는 말일까요? 
철학자 딜타이(Wilhelm Dilthey)는 “우리의 역사는 삶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흘러간 40년의 허망함이 해일처럼 고개를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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