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우당만의 시제음식은 자연스럽게 종부들을 통해 내려왔다. 특히 불천위 제례를 비롯한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고 있는 음식은 비자강정과 감단자다.

손님 귀하게 여긴 녹우당 미덕 가득한 음식
종부에서 종부로 이어온 해남대표 전통음식

종부에게서 다시 종부로 대물림되는 양반댁 종가의 음식은 늘 서민들에겐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최근 녹우당의 내림음식이 TV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관광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로 맛볼 수 있는 기회는 없다.
해남윤씨 종가는 윤효정과 윤선도 두 선조를 불천위(不遷位)로 받들며, 종손의 4대조 신주를 모시는 사당이 따로 있다. 불천위 제례와 4대 봉제사, 가을 시제, 설․추석 차례까지 합치면 일 년에 30여 차례 제례를 모신다.
녹우당만의 시제 음식은 자연스럽게 종부들을 통해 내려온다. 특히 불천위 제례를 비롯한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고 있는 음식은 비자강정과 감단자, 어만두, 육만두이다.
비자강정은 해남윤씨 종택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음식으로, 종택 뒷산에 선조들이 심은 비자나무숲에서 채취한 비자나무 열매로 만든다. 녹우당(綠雨堂)이란 이름이 ‘바람이 불 때면 비자나무 숲 이파리들이 바람에 부대끼며 내는 소리가 녹색 빗소리 같다’고 해서 붙여지기도 했다.
종택 뒷산의 비자 열매는 해남윤씨 종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비자강정’이 된다. 비자 열매를 삭혀 일일이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만 남겨 햇볕에 말린다. 이를 프라이팬에 볶아 조청이나 꿀을 발라 볶은 통깨 고물을 묻히면 향취와 쌉쌀한 맛이 독특한 ‘비자강정’이 된다.

▲ 비자강정

비자강정을 만드는 데만 한 달여가 걸리기 때문에 손님을 귀하게 여긴 녹우당의 미덕이 담긴 음식이라 볼 수 있다. 비자강정은 예로부터 배가 아플 때 구충제로도 즐겨 먹었다
또 해남윤씨 녹우당의 내림음식 중 하나인 감단자는 곶감을 하고 익은 감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다. 감을 가마솥에 사흘 동안 푹 고아 체에 거른 후, 찹쌀가루와 섞어 다시 고아 식힌다. 이 반죽을 콩고물과 흑임자 갖가지 고물을 묻히면 감단자가 된다.
뜨거운 불 앞에서 사흘 밤낮을 지켜야만 잘 굳어 나오는 감단자 떡은 녹우당의 수고스러움이 담겨 있다. 특히 감단자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이 일품이라 제사를 마치고 나면 금세 동이 나는 음식 중 하나다.

▲ 감단자

종순 윤형식 씨는 “감단자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특이하게 배탈이 안 난다”며 “오랫동안 수고해 고았기 때문에 입 안에 넣으면 사라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한 해의 가장 큰 제사인 불천위 제사를 맞아 녹우당 안채는 음식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는 노후화된 부엌을 공사하면서 음식 준비를 축소했다.
종손 윤 씨는 “불천위제는 해남 윤씨 시제 중 가장 큰 제사다. 어초은 윤효정 할아버지는 해남에 제일 먼저 오셔서 해남윤씨라는 본을 득하셨기에 고산 할아버지 시제와 함께 두 제사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종손은 직접 밤을 치며 서울에서 내려온 자손들과 인사를 나눈다. 예전에는 종택에 부리는 사람이 많아 직접 일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일손도 많이 줄고 시대가 바뀌어 종손, 종부가 직접 하고 있다. 
종손과 종부는 시제 준비로 전날 목포로 생선을 장만하러 가기도 했다. 재료 준비부터 손질 등 직접 손을 거들며, 부엌은 종부 감독 하에 음식 장만이 한창이다.
전을 부치고, 고기를 삶고, 꼬임을 만든다. 해남윤씨 자손들은 시제를 앞두고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든다. 해남윤씨 자손이자 녹우당 전통음식 전수자인 윤영덕 씨도 함께 일손을 거둔다.
한편 녹우당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사대부 양반가의 고택과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녹우당은 고산 윤선도의 고택으로, 1968년 사적으로 지정된 이후  남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곳 안채에는 고산 윤선도의 14대손인 종손 윤형식(尹亨植) 씨와 종부 김은수(金恩秀) 씨가 살고 있기 때문에, 매일 밥 때면 밥 짓는 냄새가 돌담을 타고 넘어온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