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선거가 만들어낸 지역사회 분열 이유
어르신들 추대 아닌 선거로, 자리욕심 많다

정치인들, 현직 떠나면 지역봉사 등진다 
합의와 조정보단 극단화 된 젊은층 때문

▲ 다들 지역에 어른이 없다고 말한다. 어른이 없다는 말은 어른을 기다린다는 의미이며 이는 갈등으로 양분되는 지금의 현 상황의 답답함을 누군가 중재해주고 조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흔히들 지역에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과연 지역에 어른이 없는가. 60~70대 분들을 만나 이에 대해 물었다. 모두들 어른이 없다고 말한다.
64세 김 모씨는 지역사회는 경제력과 정치력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지역에서 필요한 때에 역할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흔히 지역사회 어른이라고 하면 지역사회에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들 또한 반대세력과 비토세력이 있어 이 역할을 해낼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어른이라 일컬을 분들이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조용히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며 열심히 사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어르신의 특징은 자신의 일엔 열심이지만 봉변을 당할 수 있는 분쟁의 현장에 나서길 싫어한다는 것이다. 
또 출향인사 중 성공한 이가 낙향해 이 역할을 수행해줬으면 하는데 정치적 꿈을 가지고 낙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 경우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행태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 현대사회에서는 지역사회 대표자를 선거를 통해 뽑는다. 그런데 마음을 비우고 떠날 때 과감히 떠나는 정치인, 현직에서 물러났을 때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정치인이 해남에는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 파벌주의를 형성하고 봉사보다는 권위를 앞세우는 정치인들 때문에 지도층과 어르신을 불신하는 풍조가 지역민들 내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또 정계에 진출했다가 상황이 종료되면 도시로 거주지를 옮겨버리는 정치인들 때문에 지역에 어른이 없다는 풍조는 더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70대인 박 모씨도 지역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산업화 사회 이후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신적 지주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특히 큰 선거보다는 농축협장 선거와 군의원, 군수 선거 등 작은 선거가 지역사회를 사분 오열시킨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잦은 선거로 인해 지역민 상호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이러한 지역사회의 팽배한 갈등구조는 나이 든 어르신들의 행동을 제약하거나 어느 한편으로 편승해야 하는 문화를 형성시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로 인한 팽배한 갈등구조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로 이어졌고 지역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조정하겠다고 나선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어른이 없는 사회, 어른들이 주축이 된 사회단체도 이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0대인 김 모씨는 어르신들이 주축이 된 사회단체의 경우 젊은층이 주축이 된 모임보다 치열한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어르신들의 활동기간이 연장됐고 이는 각 사회단체 대표 선출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어르신들이 주로 활동하는 단체는 해남군번영회와 노인회, 향교, 문화원 등이다. 이들 단체 대표는 명예직인데다 지역 어르신이라 일컫을 수 있는 자리인데도 대부분 추대가 아닌 치열한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젊은층 내지 장년층이 주로 활동하는 해남청년회의소나 생활체육단체, 각 농어업단체 등은 선거가 아닌 추대형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노인들이 주축인 단체의 경우 치열한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고 있다는 점이 젊은이들이 어른을 존경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어르신들이 주축이 된 향교나 삼호학당의 경우 유교를 중심으로 운영되기에 젊은 세대와의 괴리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또한 합의와 조정보다는 극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풍조도 어른의 부재를 불러온다고 지적한 이들도 많다.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는 것까지는 좋은데 상대방의 의견을 극단적으로 처리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어른이라고 나섰다가 자칫 봉변만 당할 수 있다는 게 어르신들의 정서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다원화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세력 간의 뚜렷한 양분화가 형성됐을 때는 세력 간에 한 인물을 중심으로 구심점이 형성됐지만 지금처럼 가치가 다원화 된 사회에서는 특정인의 가치를 받아들이기도 힘들 뿐더러 한 사람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결집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화도 문제가 됐다. 어른에 대한 기본적인 예절이 진부한 문화로 취급되어지고 어른의 말이 진부한 세대의 잔소리쯤으로 여기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학문보다는 물질이 중시되는 사회 풍조도 이유가 됐다. 현재 지역에서 활동하며 남들로부터 대접받는 인물의 면면은 됨됨이보다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인물이 주라는 것이다. 남성들의 존재의 위기도 이유로 꼽혔다. 가정에서부터 아버지의 권위가 흔들린 점이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으로 형성됐던 어르신 문화의 부재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들이 말하는 지역사회 어른이란, 있는 것 자체만으로 존재 가치가 있는 사람, 지역사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을 꼽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른을 사람들은 왜 갈망할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갈등을 넘어 사회통합을 원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 어른이 없다는 정서, 그러면서도 어른을 원하는 것은 해남뿐 아니라 한국 전체에 흐르는 정서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다원화되는 개인의 사고와 분열된 사회, 개인간, 집단간 갈등이 커가는 시대에선 인자한 군자상, 덕을 갖춘 어른, 긍정의 힘으로 모두를 아우를 시대의 어른을 더 기다린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타계한 신영복 선생의 장례식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던 점도 이러한 시대상이 더욱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역에 어른이 존재하기 힘들다는 이유에 대해 갖가지 의견을 제시한 어르신들도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지역에 어른이 있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지역에 어른이 탄생하려면 어른 스스로 대접받으려 하기보다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중시하고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젊은 층들은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동체적인 질서와 갈등을 푸는 조정의 힘을 키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함도 제기됐다.
결국 지역에 어른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어른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지역사회가 통합과 상생의 문화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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