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횟감 돼지족발에
20가지 기본반찬 풍성

매일시장 시장식당



아는 사람만 아는, 해남사람들도 잘 모르는 식당. 세월이 묻어나고, 추억이 새겨진 시장식당이다. 이 식당이 매일시장에 문을 연 지도 벌써 40여 년이 됐다.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이 식당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단다. 한결같은 맛, 엄마가 해주던 맛, 남도의 맛…. 수식어도 참 많다. 이는 3년 이상 묵힌 소금으로 직접 담은 다양한 젓갈과 20가지가 넘는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귀하고 손이 많이 가는 대갱이 무침은 해남에서는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다. 대갱이는 짝으로 사서 손질해 말리고, 방망이로 두들겨서 불에 굽고 찢는다. 그리고 맛난 양념으로 무쳐내야 비로소 상에 올라가게 된다. 굴젓, 토하젓, 멜젓, 깡다리젓 등 각종 젓갈에 간재미 무침, 각종 계절나물, 각종 김치, 게장 등 반찬이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조기탕이나 깡다리 조림을 두고 백반 7000원을 받는다.

또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돼지족발은 국내산만 사용해 부드럽고 맛있다. 한 접시 4족에 2만5000원이다. 2시간 전에 예약하면 시간 맞춰 삶아 따뜻하고 야들야들한 족발을 먹을 수 있다. 갓 삶은 족발에서 풍겨져오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이 집 족발은 평소 먹는 갈색 족발과는 달리 뽀얗고 부드럽다.

20년 단골인 박양배(71) 씨는 “족발이 우리 같은 옛사람들이 먹기에 부드러워 입맛에 맞다”며 “늘 한결같다”고 말했다.

겨울철에만 먹을 수 있는 연탄 돼지 불고기도 이 집을 찾게 하는 이유다. 또 제철 횟감으로 떠주는 각종 회도 싱싱하다. 특히 직접 담근 막걸리 식초로 만든 초장이 일품이라 회가 절로 넘어간단다.

시장식당에서는 단체여행을 갈 때 먹을 밑반찬과 머리 고기를 주문받아 팔고 있다. 또 3년 이상 묵힌 소금을 팔기도 한다.

한편 김수정(74) 사장과 욕쟁이 할머니의 인연은 시장 사람들뿐만 아니라 단골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김 씨는 가게랄 것도 아닌 조그만 자리에서 막걸리를 팔았다. 김 씨는 시장 점포에서 과자, 생활용품들을 파는 옆집 언니와 살갑게 지내다가 함께 장사하게 됐다. 정확한 사연도 기억도 너무나 오래돼 아득하단다.

그렇게 피를 나누지 않는 욕쟁이 할머니와 김 씨의 동거는 시작됐다.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던 할머니에 대해 김 씨는 “무서워서 꼼짝도 못 해째. 어찌나 꼼꼼헌지 고생도 엄청했단께”라며 기억을 풀어놓았다.

수년 전 어느 날 할머니가 보증을 잘못 서서 가게가 담보로 잡혀 경매에 넘겨진 적이 있었다. 김 씨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가게를 경매에서 잡게 됐고, 그 후로도 그렇게 인연을 이어갔다. 홀로된 할머니를 돌아가시기까지 친언니처럼 모신 김 씨는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혼자 된 지 2년이 됐다.

단골 김용철(63) 씨는 “이 집 주인이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남남이었던 할머니를 모셨던 것이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집은 한 번 오면 단골이 되곤 한다. 가게 문판을 달 때부터 다녀 40년 동안 찾고 있다는 박상대(74) 씨는 “객지에서 손님이 오면 꼭 이 집을 소개해준다”며 “한 번 찾은 사람들은 나중에 해남을 찾을 때면 다시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단골손님들에게 “내가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그동안 말을 못했다”며 “늘 찾아주니 고맙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식당을 운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진정한 남도의 맛, 추억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 집을 찾아보길 바란다. 시장식당은 롯데리아에서 몇 걸음 내려오면 오른쪽 골목 끝에 있다.

초행길이라 찾기 어렵다면 전화 한 통 넣길 바란다. 무뚝뚝한 사장님이 길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문의:536-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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