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 천 식(농민서예가)

비가 내리니 온통 산과 들이 초록 옷을 입는다.
농부들의 바쁜 일손을 반기는 들녘도 파란 옷이다.
많은 사람들은 예쁘게 핀 봄을 찾아 산으로 들로 나선다.
예쁜 봄은 변함없이 우리에게 찾아오지만 그 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상할 때가 많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쓰레기는 산업화가 준 선물인 셈이다.
최근 해남우리신문에서 해안가 쓰레기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큰 바람이 쓸고 가면 해안가는 온통 밀려온 쓰레기로 가득하다. 해안가뿐 아니라 쓰레기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 산이나 계곡, 하천 등지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와 쓰레기를 태운 흔적 등.
바다에 설치한 각종 양식어구들이 큰 바람에 파손돼 해안가로 밀려온다.
그런데 이 쓰레기는 양도 많고 부피도 크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치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보기 흉해서인지 현장에서 소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분명 문제인데도 그 생활에 젖어 그냥 스쳐 간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경치 좋고 예쁜 꽃이 피어있는 쉼터를 만나게 된다. 그 예쁨에 끌려 차를 세우고 쉼터에 들어서면 눈이 편치 못하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런”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다. 한적한 곳에는 어느 곳 할 곳 없이 검은 봉지가 쌓여있다. 시골 도로가의 풀을 헤쳐 보면 여지없이 쓰레기가 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도로사정이 좋아지고 도로변 경관이 조성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조성과 동시에 쓰레기장이 되기 때문이다.
농촌에 사는 나는 농사를 지으며 발생한 폐비닐, 농약병 처리를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해남 논밭 여기저기에 늘 농약병이기 때문이다.
농약병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병에서 흘러나오는 잔류 농약은 지하수로 유입돼 우리가 먹는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빈 병은 마을에 모아두면 한국환경공단에서 모두 수거해 간다.
마을단위로 농약병을 수거해 깨끗한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마을 기금을 조성하는 마을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일부 농민들은 마을 수집 장소에 가져다 놓은 일이 번거롭고, 불편해 풀 속에 버리거나 태우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부터 농약병을 모으는 일에 소홀했던 것을 고백한다.
어느 면의 경우엔 청년회와 각종 단체에서 산소 벌초 봉사를 한다. 이와같이 농민 단체들이 농약병을 모으고 내 지역의 환경 지킴이로 활동을 한다면 감히 도로변이나 산, 들녘에 버려지는 쓰레기양은 적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의 재활용 비율이 25%라 한다. 나머지 75%는 여기저기 버려지고 태워진다. 우선 쓰레기를 줄이는 일부터 해야 한다. 농민들의 경우엔 폐비닐과 농약병이 주로 발생하니 농업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는 마을의 수집 장소에 모으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장소에 모으기만 하면 환경공단에서 가져간다. 마을도 깨끗해지고 마을의 공동 경비도 마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눈 둑에 나부끼는 폐비닐, 전신주와 나무에 걸려 휘날리는 폐비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해남은 광작중심의 농업을 하다 보니 타 지역에 비해 폐비닐 양이 많다. 어떤 농민은 폐비닐을 걷지 않고 그대로 로터리를 친다. 땅을 황폐화시키는 행위이다.
힐링 해남, 쓰레기를 줄이는데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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