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영 신(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집단폭력으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최근 지역을 떠들썩하게 한 모 고등학교 학생들의 집단폭력과 관련된 일입니다.
청소년들의 잘못된 행동을 책임지게 하는 방법이 꼭 이것뿐인가 싶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모 중학교는 폭력에 관여한 학생들 전원 강제 전학, 올해는 고등학생이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전원 퇴학 조치됐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갈등과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어떻게 배울까 무척 걱정이 됩니다. 편을 모아서 힘을 이용해 한쪽을 제압하고 반대편은 분노가 재생산되는 폭력의 악순환 과정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씁쓸합니다.
우리는 권력이 휘두른 폭력, ‘일벌백계’의 피해자들입니다. 4·16, 5·18 정치적으로도 그랬고 학창시절에 본때를 보여 규칙을 지키게 한다는 명목으로 반 전체가 체벌을 받았던 경험들은 아주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일벌백계는 힘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 공포를 조장해서 통제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방법이 학교가, 우리사회가 폭력의 악순환으로부터 좀 더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당해왔던 방법으로 21세기 우리의 자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목숨을 버린 뒤에「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습니다.
목적에 보면 “이 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어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좀 더 세심한 방안들을 찾는 노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집단폭력 문제로 피해를 당했던 아이와 가족들은 지금 편안할까요? 강제 전학 됐던 아이들과 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가해 아이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아직 법적인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어른들이 피해를 당했던 4명의 아이들과 학교를 나가야 하는 10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마음과 행동을 돌아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치유에 대한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제전학과 퇴학으로 끝내버리는 것은 아이들을 분노와 불안의 구덩이 속에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벌백계”의 칼을 휘둘렀던 지배자의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매일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또 일어날 겁니다.
힘은 구성원들의 보호를 위해 쓰여질 때 진정 아름다운 힘이 되고 신뢰가 만들어지고 협력의 에너지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힘의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하다 해도 지적과 비난과 처벌과 통제와 조종을 위해 쓰여진다면 그것은 폭력입니다.
부모와 선생님과 지역사회 어른들은 힘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작은 것이라도 지속적으로 시도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14명의 아이들과 가족들과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분노와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어려운 시간을 함께 지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지역사회 공론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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