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환 군수는 군청 계장들에게 월 1회 미팅을 주문했다. 끊임없이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상호 소통하자는 의미이다. 언제 미팅이 잡힐지 모르는 공무원들의 입장에선 항상 업무를 숙지해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계장급을 포함한 이하 직원의 입장에선 군수와의 잦은 만남은 반가운 일일 수 있다. 넓은 시야도 공유하고 시책개발을 위한 노력도 더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들이 드물고 창의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유를 들어봤더니 자칫 잘못하면 군수로부터 질책을 받는다는 것이다. 박 군수는 4년 전 당선 시 군정 인수과정에서 공무원들을 호되게 몰아친 적이 있다. 하도 호되게 몰아치기에 한 공무원이 왜 당선자님은 공무원들의 말은 듣지 않느냐며 볼멘소리를 한 바 있다. 한 식구가 된 공무원들과 신뢰를 쌓고 공무원들이 일을 해야 원활한 군정이 가능하다는 볼멘소리였다.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은 군수 앞에선 주눅이 든다고 말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차별은 원숭이도 화내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일을 함에 있어 문제점은 항상 따른다. 그러나 나타난 문제에 대한 관대함, 잘못을 껴안을 수 있는 조직문화는 중요하다. 그러한 조직문화는 소신껏 일하는 문화로 이어진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는 의욕도 생긴다. 박 군수는 일하는 공직자를 우대한다고 했다. 자신의 일을 방기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공직자를 질책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공직사회란게 일반 직장과 사뭇 다르다. 한 직원이 심한 질책을 받았을 경우 내용의 진위를 떠나 질책내용만 바이러스처럼 퍼져 공직사회를 냉각시켜 버린다.

한 조직의 발전에 있어 수장이 80%을 담당한다면 구성원들은 20%몫을 한다는 말이 있다. 수장의 능력이 20%면 결재 수준도 20%선에서 머물고 직원들의 능력도 20%에 머문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수장의 능력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박 군수는 공무원들로부터 군정에 대해 정말 많이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공직자와의 만남에선 큰 틀의 내용이 논의돼야 하고 항상 큰 틀의 주제로 회의가 진행돼야 한다. 세세한 부분의 지적과 검토는 실과장과 담당계장의 몫이다.

해남군은 계장과 담당직원이 군수에게 직접 결재를 맡는다. 이러한 관행은 실과장의 책임과 역할의 약화로 이어진다. 군수가 세세한 것도 알아야 하는 데로 이어진다. 당연히 한 실과를 담당하는 사무관이 군수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고 작은 것은 실과장 전결로 처리돼야 한다.  

박 군수는 민선6기 군정 목표를 치유와 힐링 해남을 표방했다. 물론 자연에서 얻는 힐링도 있지만 사람에게 가장 큰 힐링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자신에 대한 존재감과 성취감이다. 자유로운 대화 속에서 창의적인 논의와 아이디어가 속출한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조성된 조직문화에서만 가능하고 그러한 문화는 치유와 힐링을 준다. 동료를 칭찬하는데 참 인색한 곳이 공직사회이다. 군민들도 공직자들에겐 절대 넉넉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군수는 달라야 한다. 모든 공직자를 껴안아야 하고 이들의 창의성을 끌어내야 한다.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도 수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회 발전을 이끄는 것은 사회구성원 중 창의적 계급 20%가 주축이라는 말이 있다. 60%는 창의적 계급에 부응하고 나머지 20%는 반대세력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원활한 군정이 되려면 일하는 공직자, 창의적으로 일하는 공직자 20%를 전진배치하면 된다. 오는 8월에 단행될 해남군 인사는 민선 6기의 시금석이다. 일하는 공직사회는 군수와 공직자간의 상호 신뢰와 인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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