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재 승(해남부군수)

해남군보건소는 하루가 멀게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각급 지자체는 물론 중앙 정부, 미국, 일본, 싱가포르의 유력 외신들에 이르기까지 작은 군 단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출산율 기적’의 비결을 찾기 위한 발걸음이다. 
지난 8월 통계청에 따르면 해남군의 2015년 합계출산율은 2.46명으로 4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1.24명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아이낳고 기르기 좋은 고장이라는 해남의 수식어는 단순히 출산의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임산부와 어린이가 살기좋은 사회는 곧 남녀노소 누구나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해남은 얼마 전 42번째 ‘땅끝보듬자리’를 개소했다.
땅끝보듬자리는 농어촌의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을 공동 공간으로 개조, 외로움을 덜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시설이다.
아직은 가족 같은 정이 남아있지만 고령화와 급격한 인구감소로 가장 위험군에 속해 있는 곳이 농어촌 마을이다.
이미 노인인구가 30%에 가까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농어업군에서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은 무엇보다 중요한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해남군은 2012년부터 특수시책으로 땅끝보듬자리를 조성하고 있는데 전국 지자체는 물론 정부시책으로까지 받아들려 어르신 공동생활의 집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남 지역 최초로 개소한 고용복지 플러스 센터는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맞춤형 통합서비스로 지난 1년간 구인·구직상담 4843건, 취업 829건, 긴급지원 서비스 연계 125건을 처리하는 등 취약 계층 근로자가 일을 통해 빈곤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공공예산 투입없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있는 땅끝해남 희망더하기 사업은 민관 협력을 통해 정기후원, 물품제공, 재능기부 등 784명이 참여해 3억7400만원의 후원금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가히 전 군민이 한 번쯤은 이웃 사랑을 위한 나눔에 동참해 보았다는 뜻이다.
해남군의 이러한 저력은 보건복지부의 전국 지자체 2015년 지역사회복지계획 시행결과 평가에서 전국 대상 수상으로 나타났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에 이은 것이다.
해남군의 전국대상 수상은 거창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변화해 가는 농어촌 지역에 맞는 맞춤형 복지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의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도시에 필요한 복지수요가 있듯 농어촌에는 농어촌 나름의 복지 수요가 존재한다.
농어촌 가정의 산모가 농사철 집에서 산후조리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전남 1호 공공산후조리원을 개소하고, 농어촌의 어르신들이 허리가 굽어도 자신의 논밭을 지키며 고향에 살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하기에 땅끝보듬자리를 마련했다.
누구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모르는 선량한 군민들의 바람을 땅끝해남 희망더하기라는 이름의 소박한 자리로 이끌었다.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가 있던 날 언론에서는 일제히 해남의 사례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모 신문의 사설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한다 해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니다며 “심각해지는 저출산 해남군에서 답 찾아라”라는 제목을 내보내기도 했다.
관(官)의 복지정책이 만능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해남에서 또 다른 희망을 만들고 있다. 지역 복지정책, 해남에서 답을 찾는다라고.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