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건물은 내진설계 20%미만
2000년대 4번째 지진 감지

 

경주시의 지진 여파로 지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과연 해남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라는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또 2000년대 들어 해남에서만 지진 여파 감지가 4번에 이르러 건축물 내진설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층건물의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건축법에 따른 내진설계만 의무화돼 있다. 일반주택은 제외다.
국내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것은 1988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에 한정해 규정하고 있고 2015년에 이르러 3층 이상, 연면적 500㎡의 건축물로 규정이 강화됐다. 따라서 1988년 이전 건축물과 2015년 이전의 6층 미만의 건축물들은 지진에 속수무책인 셈이다.
또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내진설계나 내진보강 기준에 건축물의 재료강도나 구체적인 특성, 지진발생 강도와 같은 국내 실정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내진 산정기준과 건축물 안전평가 세부기준은 설계사가 제시한 서류에 의존한 채 행정은 이에 대한 인허가를 해주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남군도 내진설계가 된 건축물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건축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만 내진설계가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 내진설계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일반 주택의 경우는 내진설계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즉 단층 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에 따른 비용증가로 인해 지진에 대비해 건축물을 설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내진설계의 경우 건축물 내부에 심어지는 철근의 두께와 사이 간격이 조밀해야 하기 때문에 1.5배 이상 자재비용이 증가하고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에 맞춰야 하는 등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설계사무실에서는 인허가를 위해 최소의 기준만 권장할 뿐 내진설계의 필요성에 대한 권유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의 ‘전국 지자체별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남의 전체 건축물 62만4255동 가운데 2.2%인 1만4061동만 내진확보가 된 상태며 내진설계 의무 건축물도 내진확보가 된 곳은 전남 3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남군은 지역안전도 평가에서 10등급으로 분류돼 가장 위험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온 바 있다.
또 소방방재청은 지난 2013년 12월 내진설계 기준 설정 대상시설물의 내진설계 등에 활용되는 ‘국가지진위험지도 및 지진구역·지진구역계수’를 제작해 공표했는데 해남군은 지진위험도 1구역으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내년부터 2층 건축물도 내진설계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내진보강 건축물에 대해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그러나 이미 들어선 고층아파트의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해도 강제사항이 아닌데 이를 따를 곳이 몇 군데나 있을지 의문이다.
해남지역 대부분의 학교들도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5년 229개 지자체별 학교시설 내진 설계 현황에 따르면 해남군은 내진설계 20% 미만의 최하위에 속해있다.
내진 성능 50% 이상을 차지한 지자체는 세종, 오산, 부산 기장군, 울산 북구, 경기 화성 5곳이며 최하위인 20% 미만은 전국 96곳으로 이중 한곳이 해남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재난이 발생하면 학교는 재난대피시설로 사용되는데, 해남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면 학교가 위험시설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해남에서 지진여파를 느낀 것은 이번이 4번째다.
2003년 3월 홍도 북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4.9 규모의 지진에 이어 2005년에도 고층건물이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해 해남도 한때 소란이 벌어졌다. 이때 지진은 일본 후쿠오카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고층 아파트가 흔들리고 단독 주택의 집안 집기가 흔들려 해남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2015년 11월에는 일본 가고시마현(규슈) 서남쪽 해역에서 발생했던 규모 7.0 지진으로 인해 해남 주택의 침대가 흔들리고 액자가 떨어지는 등 진동이 감지됐다.
지난 9월12일에는 경주에 발생한 1·2차 지진의 여파가 해남에서도 감지됐다. 창문이 흔들거리고 어지럼증이 생기는 등 지진을 감지한 주민들이 많았다.
그러나 해남 대다수의 주민들이 이러한 지진여파를 느꼈지만 지진에 대처해 신속한 대피행동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는 상태이다.
이번 지진에서 보듯이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안전교육과 함께 내진확보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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