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 상 금(전 서울시 의원)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소망을 꿈꾼다. 그러나 그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부질없는 꿈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올해도 이런저런 사연과 조건을 붙여 지난해보다 풍성한 삶을 기대하면서 새해를 시작했다.
첫 일과는 국립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인근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집트 보물 특별전(2016.12.20~2017.04.09)’을 관람했다.
전시물은 이집트 신화를 주제로 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미라 이야기다.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영원한 삶을 추구한다. 그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이를 뛰어넘는 사후세계에서 영생을 준비한다. 오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인들 역시 다를 바 없었다.
이집트 문명의 특색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지니지 못한 능력을 동물한테서 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숭배 사상을 낳았고, 동물에게도 영원한 삶이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하마, 소, 자칼, 고양이, 뱀, 쥐, 따오기 등 동물의 미라까지도 만들었다.
특히 사후 영생을 위해서 천칭저울에 죽은자의 심장과 정의를 상징하는 깃털을 올려놓고 무게를 재는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내가 특별전의 천칭이야기에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을 떠올리게 됨은 과민 반응일까? 동서고금의 정치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치권력의 서열이 뒤죽박죽이 돼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의 푸념이 안타까울 뿐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재상 관중은 통치의 질을 4단계로 구분했다.
“왕도의 군주는 백성의 지지, 패도의 군주는 군대의 지지, 쇠퇴하는 군주는 지배계급의 지지에 승부를 걸었고, 망해가는 군주는 여자와 보석에 승부를 걸었다”고 했다.
또 사마천은「화식열전」에서 “세상을 가장 잘 다스리는 정치는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 다음은 이익을 이용해 이끄는 것, 그다음은 가르쳐 깨우치는 것, 그다음은 백성을 가지런히 바로 잡는 것이며, 가장 잘못된 정치는 부를 놓고 백성과 다투는 것”이라고 했다.
사마천의 지적처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민낯은 국가 권력을 악용해 두 사람의 재산 불리기 정치를 했다는 것이다. 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엄동설한의 촛불집회가 아름답게 마무리됐으면 하는 소망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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