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농촌풍경
할머니들의 애마시대

▲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보물1호는 자신의 애마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순자 씨, 윤경자 씨, 정귀임 씨)

경운기 몰고 해남읍장 본다
마산면 호교리 김순자 할머니

 

경운기를 운전하는 마산면 호교리 김순자(75) 할머니는 41살 때부터 경운기를 운전했다.
이른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3남1녀 자식을 키우기 위해 선택한 것은 경운기를 배우는 것이었다.
평생 농사는 남편이랑 함께 지어왔기에 경운기를 따로 배울 필요가 없었지만 한순간에 가정을 책임지게 되자 그 길로 경운기를 배웠다고 한다. 처음 경운기를 운전할 때만 해도 서툰 실력 때문에 논에도 빠지고 길가에도 빠지면서 5번이나 경운기 모터를 갈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선 농사를 지어야 했고 농사를 짓기 위해선 경운기를 운전할 줄 알아야 했기에 포기하지 않고 경운기를 배웠다.
이제는 경운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김 할머니는 경운기를 타고 해남읍에도 나간다.
몸이 아플 때는 병원을 가기 위해, 큰딸에게 채소를 주러 갈 때도, 해남읍으로 장을 보러 갈 때도 경운기를 몰고 간다.
할머니가 처음부터 경운기를 타고 해남읍에 간 것은 아니다.
어느 날 해남읍에 가기 위해 급히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버스가 그냥 지나쳐 가더란다. 할머니가 버스를 탈 것을 알면서도 정류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였고 그래서 그 날 처음 경운기를 몰고 해남읍을 나갔다.
할머니는 “처음 경운기를 타고 해남에 나가보니 물건 싣기도 좋고 내 경운기 끌고 가니 걸을 일도 없어 그때부터 경운기를 몰고 해남읍에 나가고 있다”며 “지금은 경운기를 몰고 해남에 나가면 주위 사람들이 용감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은 힐링이다
옥천면 백호리 윤경자 할머니

 

농촌 할머니들의 이동수단은 전동차라는 수식어를 깬 할머니, 자동차 운전경력 30년인 윤경자(73)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윤 할머니의 첫 이동수단은 자전거였다. 일찍 결혼하고 농촌에 살다 보니 장을 보기 위해선 이동수단이 필요했기에 자전거를 가장 먼저 배웠다.
하지만 자전거로 물건을 싣고 오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집안 어르신들의 말에 더 늦기 전에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운전면허에 도전했다.
그리고 자동차가 귀하던 1988년부터 자동차를 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자동차를 산 후 가장 먼저 바다로 향했다.
자동차를 사기 전부터 바다로 힐링을 떠나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차를 산 후 가장먼저 간 곳이 바다였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할머니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해남읍으로 장을 보러 갈 때 마을주민들을 태우고 가고 마을부녀회장을 할 때는 마을잔치 음식재료를 도맡아 사다 날랐다.
하지만 할머니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옥천농협에서 열린 노인대학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니는 것이었다. 
이동수단이 없어 걸어 다니거나 참석이 어려운 주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차량봉사를 한 것이다.
할머니는 “차가 있어 주변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다“며 “또 내 기분이 우울할 때면 산과 바다로 나가 자연과 속삭이며 살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륜 오토바이 왜 이제 배웠을까
문내면 고당 정귀임 할머니

 

문내면 고당리를 가면 전동차도 아닌 사륜 150cc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할머니가 있다.
오토바이 없이는 이제는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들다는 15년 오토바이 운전 경력의 정귀임(74) 씨이다.
정 할머니가 오토바이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2년도이다. 밭농사를 짓지만 경운기뿐 아니라 오토바이, 그 흔한 자동차도 운전할 줄 모르는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고 큰아들 김남선(50) 씨가 오토바이를 사준 것이다.
오토바이를 선물 받은 할머니는 첫 일주일간은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그냥 놔뒀다고 한다.
오토바이 면허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도 타보지 않았던 오토바이를 타기가 겁이나 그냥 놔두고 지냈는데 막내아들이 농사일을 돕기 위해 집을 찾았다가 어머니에게 오토바이 타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500m도 되지 않는 밭도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보니 할머니에게 신세계가 펼쳐졌다고 한다.
반평생을 걸어 다니면서도 한 번도 밭이 멀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500m 거리의 밭도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는 그저 멀게만 느껴져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 오토바이가 없던 시절에는 버스를 타고 우수영 5일장과 화원 5일장을 다녔는데 지금은 장보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제는 오토바이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들다”며 밭을 갈 때도 정류장을 갈 때도 마을회관을 갈 때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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