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림씨 전남농업 빛낸 70인에 선정
진양주 4대째 이어온 전남 무형문화재

▲ 임금이 반한 진양주를 4대째 잇고 있는 전남무형문화재 최옥림씨가 전남농업을 빛낸 70인에 선정됐다.

 저녁노을 벗 삼아 기울인 술잔. 달짝하고 부드러운 맛에 취해 한잔한잔 기울이다 동창에 비친 빛을 벗 삼아 일어선다는 술 진양주. 
계곡 덕정마을은 술 익는 마을이다. 한때 마을 전 주민들이 진양주를 빚었다. 수확이 끝난 후에는 온 마을에 퍼졌던 술 익은 냄새, 특히 덕정마을 우물샘이 이 마을만의 진양주 맛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도 널리 회자됐다. 다른 마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술맛을 이 마을에서만 내기 때문이다.
임금이 반한 술, 입안 가득이 퍼지는 향. 계곡 덕정마을 주민들이 진양주를 빚게 된 것은 최옥림 씨와 그의 시어머니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형문화재인 최옥림 씨만 그 맥을 잇고 있다. 
임금에게 진상한 진양주를 4대째 잇고 있는 최옥림(77) 씨는 전남농업을 빛낸 70인에 선정된 인물이기도 하다.

 최옥림 대표는 장흥임씨 집안으로 시집온 후 시어머니에게 진양주 제조법을 배웠다. 시어머니는 증조할머니께 배웠다고 하는데 사연은 이렇다.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되시는 분은 조선시대 사관벼슬을 지낸 김권이다. 김권은 이후 영암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이때 함께 온 이가 궁중 소주방에서 술을 빚던 궁녀였다. 증조할머니는 소실로 들어온 궁녀에게 진양주 빚는 법을 배웠고 이를 딸에게 전수해준다. 그리고 그 딸이 장흥임씨 집안으로 시집을 오면서 진양주는 계곡 장흥임씨 집안의 가양주로 전수되게 된다. 
진양주를 잇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가정에서 빚는 술에 대한 감시가 심했고 해방 후에도 밀주 단속이 심했다. 따라서 진양주도 숨어서 빚어야 했다.

 진양주 1말을 만들기 위해선 찹쌀 2kg과 물 5되로 죽을 쑨 후 누룩 5kg과 혼합해 나흘 동안 1차 발효를 해 밑술을 만든다. 그리고 찹쌀 18kg으로 고두밥을 밑술과 물 5되와 혼합해 20일간 2차 발효를 하면 온술이 된다. 
이 온술에 용수(대나무대로 만든 길쭉한 바구니)를 넣으면 술이 가운데로 모인다. 이때 하루나 이틀 지나면 맑은 술은 위로 뜬다. 위에 뜬 맑은 술이 진양주이다.
현재는 제조시설을 현대화해 전통적인 방법인 용수를 사용해 여과하지 않고 기계에서 살균여과를 한다. 공장내부에는 발효설비 저장탱크와 살균여과기 등이 설치돼 있다.
진양주가 다른 술과 다른 맛을 내는 데는 들어가는 누룩의 차이에 있다. 막걸리를 만드는 누룩은 껍질을 거칠게 간 누룩인데 반해 진양주에 쓰는 누룩은 곱게 간 누룩으로 맛에 차이가 있다. 
게다가 다른 술보다 누룩이 적게 들어가고 찹쌀로 만들기 때문에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  부드럽고 순한 맛을 낸다. 

 최옥림 대표는 1994년에 전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진양주는 2009년 농수산부 전통주 품평회에서 약주(청주) 부문 금상과 ‘베스트5’에 선정된 후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공식 만찬주로 지정됐다. 그리고 전라남도가 뽑는 2016년 ‘남도 전통술’로도 뽑혔다. 
최옥림 대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진양주를 잘 만들어 후대에 전수를 하고 싶다”며 “더 좋은 술을 만들어 선조들의 맛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는 딸인 임은영 씨가 진양주 제조방법을 전수 받고 있다.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향취를 지닌 진양주. 계곡 덕정마을에 가면 진양주 향이 먼저 나그네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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