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인허가가 부른 비싼 설계비, 규제완화는 구호일 뿐
농가주택표준설계도 무용지물, 축사 양성화 누가 하겠는가  

 

 마을회관 보수하는데 설계비 50~100만원, 집안 창고 하나 짓는데도 설계비 및 인·허가 대행비는 수백만원이다.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는 정부의 방침, 그러나 이는 기업들을 위한 논리일 뿐 농촌은 불합리한 건축물 인허가 때문에 허리가 휜다.
최근 해남 주민들 사이에서 축사와 농가주택 신축에 있어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이로 인한 과도한 설계비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해남군은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한 무허가 축산농가의 이행강제금을 절감해 주는 등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은 비싼 설계비와 인허가 과정의 까다로움으로 양성화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축산시설의 경우 설계비용은 각 설계사무소마다 편차는 있지만 보통 평당 1만원~1만5000원 사이에서 형성된다. 이 같은 비용을 두고 축산농가에서는 일반 시설물보다 구조가 간단한데 설계비는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양성화 과정에서 건축법에 위배되는 사항을 변경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 축산 관계자는 “오래전에 지어진 축사들은 주먹구구로 지어진 경우가 많다. 일부는 타인의 땅을 침범하거나 구조물이 표준설계에 맞지 않은 경우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축사는 면적당 설계비가 측정되기 때문에 설계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해남읍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설계사는 “신축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설계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오래된 축사의 경우 일일이 모든 간격을 측정해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 건축법에 위배되는 사항까지 꼼꼼히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임이 더 많이 든다. 감리부분도 까다로워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관련법의 개선이 없으면 불법건축물의 양성화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인허가과정에 추가로 비아이엠(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설계를 반영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같이 건축법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어 인허가문제도 덩달아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신축의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귀촌의 꿈을 안고 농촌으로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농가 주택이다.
설계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와 농림수산식품부가 함께 만든 ‘농어촌 주택 표준 설계도’를 이용해보려고 해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농어촌 주택 표준설계도는 농어촌 주거 수요를 최대한 반영한 디자인으로 저에너지, 친환경을 내세우고 내진설계까지 적용해 설계돼 있다. 또 건축 인허가 부분에서도 설계사무소를 거치지 않아 부담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 적용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문제는 현재의 건축법과 동떨어진 데다 인허가 부분도 설계사무소를 거치지 않고서는 일반 주민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해남군 건축행정 관계자는 “농어촌주택 표준 설계도는 현재 시행되는 건축법과 맞지 않아 도입이 힘들다. 단열규정이 강화되는 등 건축법은 수시로 바뀌는데 농어촌주택 표준설계는 이를 방영하지 못하고 있어 올해 들어서도 단 한 건의 의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어촌주택 표준 설계도에 따라 건축을 한다고 해도 설계비 측면에서는 크게 변화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설계사무소 관계자는 “보통 농가주택 설계비는 신고, 허가를 포함해 300만원 선에 측정되고 있는데 설계비보다는 인허가에 따른 도장 값과 인건비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건축행정, 주민편의를 고려한 정책마련보다는 관리의 편의성에 중점을 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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