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정 섭 (해남읍지편찬위원회 부위원장)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해남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때는 고려시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조 세종 19년(1447)에는 해남현의 치소를 현재의 해남읍으로 정하고, 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해남면이 됐다 1955년 해남읍으로 승격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1925년 최초의 해남읍지가 간행됐지만 관할구역과 직제 등을 정한 고문서 정도였고, 역사 이래 이 땅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찾아 기록하는 작업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해남읍지 편찬이 처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남읍지에는 여느 지역의 역사기록물처럼 지역의 변천사와 자연 및 인문환경 행정조직, 산업경제, 문화유산과 관광자원, 보건복지 등을 수록할 계획이지만 통계자료 나열식의 평면적인 기록만으로는 읍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알고 싶고, 읽어보고 싶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살아 있는 읍지가 돼야 합니다.
과거는 현재로 이어지고 다시 현재는 미래를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대의 해남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면서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가꾸어 왔는가를 조명하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과거의 역사를 거울삼아 해남을 어떻게 개척해나가고 미래 해남을 만들어나갈 후손들에게 지침이나 교훈을 주는 읍지가 돼야 합니다. 고천암 간척사업으로 바다를 막기 전까지는 내사리, 길호리 일대 갯벌은 수산자원이 넘쳐났던 바다였습니다. 내사리 부녀자들이 매일 새벽 당재를 넘어 해남읍까지 머리에 이고 온 해산물들은 해남읍민의 밥상을 풍성하게 했고 학동 일대에서 재배한 채소들은 해남읍 저잣거리를 색색으로 장식하면서 반찬 걱정을 덜게 했던 수많은 사연과 애환들을 읍지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1970년대 들불같이 일어난 새마을운동은 우리들의 의식이나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선대들이 이루어 놓은 소중한 문화유산도 분별없이 훼손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억들도 지금 기록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개발시대에 추진된 수많은 지역개발 사업 중에는 시행과정의 착오나 실수, 아쉬움도 있었고 난제를 극복하고 해결한 미담사례도 있었습니다. 지금 찾아야 합니다. 역사는 있었던 일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발전이 된다고 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해남 땅도 그동안 수많은 이름으로 바뀌어왔지만 그때마다 삶의 흔적을 기록해놓으면 설사 또 이름이 바뀐다 하더라고 역사는 남아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문이나 잡지, 공문서나 고문서, 회의록, 사진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기록물과 지금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들을 쏟아내야 합니다. 서고나 서재, 장롱이나 서랍, 사진첩 등을 뒤져서 역사에 남겨야겠다고 생각되는 자료를 찾으시면 읍사무소 2층에 있는 해남읍지편찬위원회나 해남읍사무소 총무계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자랑스러운 해남읍지 역사에 길이 남을 해남읍지가 편찬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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