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일(지방분권시대 지역 살리기 저자)

 요즘 사회적경제가 뜨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로컬푸드, 마을기업, 지역화폐 등의 통칭이다. 사회적경제는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경제활동으로써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는 효자이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기 때문에 각광을 받는 것이다. 
지난달 말 해남에서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20여 명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기관과 사업체들을 견학했다. 이틀 동안 실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서울시가 조성한 5만 평의 혁신파크에 기백개의 사회적기업들이 똬리 틀고, 마을시장과 골목에서 수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서로 상생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이뤄가고 있었다. 각 구 단위엔 사회적경제를 뒷바라지 하는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존의 시장경제 그늘에서 존재감을 잃었던 사회적경제 영역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재로 커 가고 있었다. 이 대부분이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부터 발생한 일이라니 지도자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했다. 시설중심 시정을 사람중심 시정으로 바꾼 전형적인 사례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서울시 사회적경제 사례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서울과 다른 해남방식의 사회적경제 전략은 무엇일까?
자본이 고도로 발달된 서울과 해남은 천지 차이다. 서울은 수만 개의 직종이 있어 일거리를 만들기 쉽지만 해남의 직종은 극히 단순하여 일거리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해남에서 사회적경제를 일으키려면 서울과 다른 발상이 요구된다. 지역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기존의 시장경제와 다른 영역이다.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데 비해 사회적경제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이란 지역사회에 유익을 주면서 사업공동체의 이익을 동시에 얻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필요한 일을 공공의 성격에 맞게 조직하여 경영하는 패턴이 사회적경제다. 때문에 사회적경제가 성공하려면 해남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해남은 농어촌지역으로서 시장 경쟁력이 뛰어난 시장재 요소보다 비시장적인 공공재 요소가 많은 게 특징이다. 그러나 이 공공재 요소들을 뒤집어 보면 오늘날 사회적경제와 찰떡궁합이 되는 사업거리다. 해남에 널려진 공공재 요소는 어떤 것들일까? 환경 보존, 전통 보전, 경관 등 농촌의 향기(어메니티) 유지, 어르신과 장애인의 따뜻한 복지 등 매우 넓고 다양하게 산재되어 있다. 농촌마을 쪽을 보면 소규모 농수산물 가공, 텃밭채소 생산단지, 생태농업단지, 소축제 운영, 농특산물 공동직거래, 인력관리, 농어촌 관광과 도농교류 등 수 많은 사회적경제 일거리가 보인다. 이렇듯 해남의 특성을 보면 해남방식의 사회적경제가 보인다.
사회적경제사업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삼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잘 녹아지고, 깊이 뿌리 내리느냐가 성공의 열쇠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힌 지역사회에 해법이 있다.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필자는 소싯적 해남신문 창간을 기획하고 자립경영의 기틀을 주도했는데 전형적인 사회적경제 방식이었다. 
해남신문은 기존의 신문사와 달리 400여 명 주민들이 5만원, 10만원 푼돈을 모아 주민 스스로를 대변할 신문사를 만들었다. 특정 자본이나 권력이 신문사를 좌지우지 못 하도록 하고서 오직 주민들이 주인 되는 쪽을 지향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구독료가 가장 잘 걷히는 신문이 되었고, 경영이 탄탄한 흑자신문사가 되었다. 주민들이 신문을 스스로 기댈 언덕으로 삼으니까 기자들은 촌지 등 부정한 거래를 멀리했고,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때 해남신문은 지역사회 밀착도에서 그 답은 찾은 것이다.
사회적경제사업이 성공하려면 지자체가 적극 뒷바라지해야 한다. 서울시 사회적경제 사업체가 5년만에 3천개로 성장한 것은 서울시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전국의 사회적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끊긴 후 대부분 몰락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해남은 서울에 비해 공공재 요소가 많기 때문에 해남군의 뒷바라지가 더욱 중요하다. 공공재는 본래 지자체가 감당하는 분야인데 사회적경제를 통해 이를 커버하도록 하고, 지역경제도 살리니 꿩 먹고 알 먹기가 아닌가? 때문에 군은 사회적경제의 개념과 특성을 잘 교육하고, 사회적경제 사업거리들을 발굴하여 사업체들에 접목시켜 준다. 이 사업체들이 생산하는 서비스와 상품이 지역사회와 시장에 연착륙하도록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준다. 그리고 사회적경제 사업체들이 서로 지지하고 상생하도록 뒷바라지를 이어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포도송이처럼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제 힘을 낸다. 하지만 이런 일을 공무원이 할 수 없기 때문에 해남군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개설을 주문한다.
사회적경제는 차상위층의 일자리 제조기이자 해남 자원을 안으로 돌리는 순환경제의 동력원이다. 사회적경제는 해남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다. 해남이 새롭게 혁신하려면 사회적경제 쪽으로 눈 돌리자.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