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집단시설지구 내 주차장 앞에 들어선 조형물, 할리우드 박물관에나 세워져야 할 킹콩조형물이 왜 이곳에 등장했을까. 
산을 주제로 절, 학, 꽃, 들, 바람, 공기, 계곡, 나무 수없이 많은 기초소재가 존재함에도 왜 킹콩을 그곳에 데려왔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부분이다.

 조형물의 형태는 누가 봐도 제주도 한 박물관 주차장의 조형물과 너무도 흡사하다. 관광 좀 다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일이다. 그런데 최종 결정권자인 지자체에서 그것을 몰랐다는 것도 이해가 되질 않는 부분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해남의 수준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복제 조형물을 가지고, 그것도 10년이 지난 형태의 것을 제안했고 또 이를 통과시켰을까. 

 전국의 수많은 이순신 동상 중 울돌목 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은, 형태가 커서도 아니고 예산이 많이 들어서도 아니다. 이순신의 정체성을 담아 독창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조형물은 하루 이틀 보고 지나는 것이 아니다. 10~20년 길게는 100년 이상 같은 자리를 지키며 그곳의 문화와 풍류를 대변하는 상징물이다. 단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차원의 조형물 설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해남은 수십년 동안 경쟁이라도 하듯 수많은 조형물을 설치해 왔다. 이중 성공적인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며, 그동안 수많은 지적을 받아오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어떠한 것도 만들지 말자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나온다. 

 해남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가장 해남스러운 것은 정갈하게 비워야 한다는 것을. 인공물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하다면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을, 해남다움이라는 큰 그림 아래 살을 붙여나가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여전히 어디선가 본 듯한, 또는 비슷한 콘텐츠를 복제하는 과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순환보직이라는 비전문화 된 공무원 인사 구조를 타개해야 한다.
대흥사에 대형 킹콩조형물이라니, 또 하나의 골칫덩이가 쌓인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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