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천 (전 교사)

 비교적 신뢰도가 높다는 모 방송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화가 치민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술책을 동원하고, 권력에 빌붙어 살면서 이런저런 불법을 자행하고, 권력의 비호(庇護) 아래 불법 행위도 적법으로 처리되었던 지난 사건들이 불거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나라가 걱정스럽다.
사람들은 말한다. “비리가 비리가...맨 못된 짓거리만 했다. 잘할 줄 알고 정권을 맡겼더니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을 뻔했다. 그렇게 나랏돈을 자기 돈처럼 막 써댔으니 우리가 잘 살 수 있겠느냐?”고.
그동안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선 사회’,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대접받고 성공하는 사회’,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 청산’이라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그건 불법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몸으로는 행동하지 않았고 입으로만 행동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흐늘거린다.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주의, 자기 편의주의(이기주의)가 팽배해졌다. 경제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공통가치나 도덕 기준이 혼란스럽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아노미 현상이다.
이런 현상들의 근원은 다양하겠지만 합리적 정치의 부재, 즉 공공성을 상실하고 극소수 기득권층의 사익을 돕는 수단으로 타락해버린 국가권력의 오용 내지 남용 그리고 실적 쌓기 위주의 국정 운영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국가 권력에 대한 불신에 따른 국민의 의식 변화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정직하게 살면 대접받고, 성실하게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공식이 적용된다면 누구나 그렇게 살려고 할 것이다. 한데 우리의 현실은 정직하게 사는 것 자체가 불편한 사회다. 어떻게 해서든지, 편법을 써서라도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성실히 살아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때 경제 민주화라는 가치는 빛을 잃고 구성원들은 반발하는 법이다.
천자문에 묵비사염(墨悲絲染)이란 구절이 있다. 묵자가 흰 실에 검은 물이 들면 다시 희지 못함을 슬퍼했다는 이야기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옛말처럼 사회도 불법의 가랑비에 젖었다. 국민 의식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매스컴의 보도를 믿어야 하나?’ ‘정부는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 ‘저 정치인의 말 뒤에 숨어있는 꼼수는 무엇일까?’ 일단 이렇게 의심해 놓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실망하지 않는 사회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윗분들은 책임을 지는 법이 없다. 권력과 돈이 뒷받침되면 감방에서도 황제 생활을 한다. 
이런 사회 구조는 ‘헬조선’이라는 말을 생산했다. 어긋난 시스템 아래에서 정직하게 살라고 하는 것은,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 하겠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픈 줄을 모르는 병에 걸렸다.

 부탄이라는 나라 이야기를 해야겠다. 인구 75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의 10분의 1 수준의 나라다. 부탄에서 농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김기용 씨는 부탄 국민 97%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산단다. 그들이 행복해 하는 이유는 국민소득이 아닌 국민의 행복지수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는 통치 이념 때문이다. 첫눈이 오는 날은 행복을 만끽하라고 휴일로 지정할 정도니 말이다.
우리 역시 국민 행복을 원한다. 그게 꿈같은 이야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다시 기본이 바로 선 나라, 편법이나 불법이 통하지 않는 나라, 성실함과 정의가 대접받는 나라를 세워 국민 행복을 위한 발돋움을 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넘어 개혁다운 개혁을 해야 한다. 하나, 전전(前前) 정권의 비리를 빌미로 한 개혁보다는 비뚤어진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며 전반적 개혁의 기틀을 놓아야 한다. 

 또한, 국민은 양심의 신호등을 켜고 그 길을 가야 한다. 
개혁의 길은 험할 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며, 물들어 버린 국민 의식의 전환 역시 어려울 것이다. 하나 이번 정권에서 국가의 기틀을 새로 놓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 선이 깨어 있어야 악이 번성하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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