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문학관 건립이 유행이었다. 여러 지자체마다 자신의 고장출신 시인과 소설가를 앞세워 문학관 건립에 열을 올렸다. 불행히도 성공한 문학관은 별로 없지만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은 성공을 했다. 이유는 문학관의 성격이 명쾌한 데다 전문가가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한국 문학 사상 첫 유파문학관으로 개관과 함께 한국문학관협회 회원자격을 부여받았고 문학관으로선 드물게 제1종 문학전문박물관에 등재됐다. 또 2017 대한민국 최우수 문학관에 선정됐다. 특히 2014년 ‘시가 꽃피는 마을, 강진’ 프로젝트가 창조지역사업에 선정돼 국비 15억원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생생문화재 공모사업’에 선정돼 문화재청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강진 시문학파기념관의 성공 배경에는 강진군의 행정적 뒷받침이 컸다. 강진군은 문학관 설계단계에서부터 박사급 문학콘텐츠 전문가를 관장으로 임용했다. 또 전문관장 외에 문화관광해설사 및 직원들을 배치하고 연간 프로그램 예산지원에도 인색함이 없다. 

 오는 12월 문을 열게 될 땅끝순례문학관은 막막하다. 인력배치와 프로그램 개발을 고민해야 하지만 움직임이 보이질 않는다. 특히 땅끝순례문학관은 강진처럼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 해남출신 모든 시인을 넣다 보니 향토문학관으로 전락해 버린 셈이다. 향토문학관을 누가 보러 올 것인가. 성격이 명확해야 프로그램도 그에 맞게 나오고 각종 수업과 교육, 행사도 밀도 있게 이뤄진다. 
땅끝순례문학관이 그나마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전담인력 배치가 우선돼야 한다. 또 해남출신 시인들의 시를 장르별로 구별해 월별 계절별 프로그램으로 녹여내야 한다. 5월은 김남주와 고정희를 중심으로 저항의 계절로, 봄은 서정시인 이동주를 중심으로 서정의 계절로, 10월은 초의스님을 중심으로, 겨울은 고산 및 석천을 중심으로 한 은둔의 계절 등 해남시인들의 성격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개관을 미룰 수 없어 개관하는 땅끝순례문학관, 가장 시급한 것은 전담인력의 배치이다. 또 이곳을 전담할 전문인력 보강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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