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의사 박상희 원장
「시와 문화」 신인상으로 등단 

▲ 화산면에서 한국의원을 운영하는 박상희 원장은 올해 「시와 문화」 에서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등단했다.

 “특별한 것이 시(詩)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못나고 처진 것들이 시어로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이죠. 시는 우리의 일상이며, 그 일상과 조우하는 설렘이 시에겐 있습니다”
 박상희(60·화산 한국의원) 원장은 시를 쓰는 시인이다. 그는 올해 『시와 문화』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했고 시 쓰는 의사라는 별칭도 얻었다.  
“모든 사물에는 생명이 있고 사랑이 있습니다. 모든 사물에 신이 있다는 종교적 발언과 일맥 통하는 것이지요. 그 보이지 않는 사랑과 생명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연애하는 감정과 동일합니다. 그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인 시는 언제나 저를 설레게 하죠”

 사람이 너무 아프면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을 때가 있다. 그때 그는 시를 읽는다. 박 원장이 처음 접했던 책은 릴케, 보들레르, 기형도 등의 시였다. 당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책이었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끝까지 풀고자 매달리는 그의 근성은 시 탐구에서도 나타났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요. 특히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는 더 어려웠어요. 그런데 읽을수록 조금씩 이해가 됐고 마침내 시에 매료되기 시작했지요. 시를 음미하고 이해한다는 것, 정말 황홀한 순간이지요”

 주사기가 빽빽하게 놓여있는 통과 청진기 등이 놓여 있는 진료실의 풍경은 여느 의사의 진료실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박 원장이 앉은 의자 뒤로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박 원장은 4시간 독서를 하면 4시간 생각하고 2시간은 글을 쓴다는 원칙을 품고 사는 이다. 생각하지 않는 독서는 오히려 해롭다는 말도 덧붙인다.
환자를 진료하는 것만으로도 바쁜 일상, 따로 시간을 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 날 때 수시로 메모를 한다. 순간 떠오르는 시어, 가슴 벅찬 그 시어가 사라져 버릴 수 있기에 매 순간 메모를 한단다. 

 그의 삶에 있어 시란 무엇일까.
“사랑과 생명입니다. 사랑은 인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존재. 허구의 사물에까지 갖는 애정이지요. 생명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를 의미합니다. 이는 무에서 생명을 끌어내는 시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맥박이 뛰지 않는 시어란 죽은 말과 같으니까요.”
1958년 광주 출생인 박 원장은 2008년에 해남에 내려왔다. 해남과의 첫 인연은 1985년 계곡면 보건지소장으로 근무를 하면서다. 이후 외과 전문의로 화산면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해남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김성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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