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면 부곡리 백형진씨 

▲ 고향으로 귀농한 30대 청년 백형진씨는 더불어 사는 농촌을 위한 공동체 회복운동에 관심이 많다.

 황산면 출신 백형진(38) 씨는 해남으로 귀농한 30대 청년이다. 그가 농사를 지은 지 4년이 됐다. 주로 고추, 마늘, 배추 농사를 짓고 있지만 배추농사 규모는 8000평이다. 업체와 계약재배 방식이다. 
겨울인 지금 그는 절임배추 일을 한다. 배추 가격과 상관없이 자신이 재배한 배추를 가공해 판매하는 일은 그저 뿌듯한 일이다.
“과거의 농촌은 다수소농 사회였어요. 이웃끼리 품앗이하는 문화가 있었고 가난하지만 동반성장하는 이웃들과 꿈을 함께 누릴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경작면적이 넓어지고 기계화되다 보니 과거에 비해 이웃 간의 협력 문화는 줄어들었죠.” 

 그는 상품 생산이라는 측면에서의 농촌이 아닌, 농촌의 정감인 공동체 회복을 꾀할 수 있는 매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인의 소개로 농민회 활동도 시작했다. 
“지금 농민은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회사를 다니는 노동자의 경우 노동조합을 꾸려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조직의 구성이나 대변할 목소리가 부족합니다. 농민들이 목소리를 내면, 일반 국민들은 ‘또 쌀값 올려달라는 거구나’ 내지는 ‘수입농산물 개방 반대 집회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 수입개방 반대라는 큰 이슈 속에 묻혀있는 농민들의 삶의 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교육 및 의료서비스 문제, 문화혜택의 문제 등이 그것입니다.”  

 그는 청년들이 귀농하러 내려왔을 때 그릇된 편견도 청년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해지는 노을을 보면, 가슴속이 꿈틀꿈틀 ‘살아있구나’를 느낍니다. 저는 그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땀 흘리며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었고, 그래서 귀농을 결심하게 됐지요. 그렇게 부모님의 일을 돕고, 홍 반장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동네의 사소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어울려 사는 것이 정감 있는 농촌의 공동체성의 회복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농사를 짓는다고 보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낙인이 있습니다. ‘해 먹을 것 없어, 무언가 실패를 해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여느 청년들과 같이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유년시절 느꼈던 농촌사회의 정겨웠던 기억을 잇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해남에 의외로 청년들이 많다는 말도 했다. 농협 다니는 분, 장사하시는 분, 면사무소에 다니는 분 등. 그는 그들과 일요일마다 축구를 한단다.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지역 선후배 간의 교류가 지역을 이해하고, 변화가 필요한 농촌에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란다. 
농촌 사회의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 생각이 많고 성실한 친구라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 그에게서 해남농촌의 미래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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