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은 차에 관한 문화와 역사가 가득한 곳입니다.
다성 초의선사가 차를 매개로 당대의 석학인 다산, 추사 선생 등과 교류하며 일지암을 차의 성지이자 인문학의 산실로 가꾸고 차의 성전「동다송」을 지어 조선조후기 침체된 차 문화를 중흥시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남다인회는 초의선사의 차 정신을 계승하고 차의 종가로 불리어지고 있는 해남의 차 문화를 발전시켜야 할 사명과 책임을 갖고 태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는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고 곧 쇠퇴해 버린다고 합니다.
차 문화 역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고 쉽고 편하게 차 생활을 즐기도록 해야 함에도 차는 너무 어렵고 번거롭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또 커피문화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인해 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 차 문화를 꽃피우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차는 누구나 마시는 기호음료이고 행다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도 없으며 선다일여 같은 오묘한 진리를 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검소하고 소박한 차 생활로 자신을 낮추고 세대 간 교감을 이루면서 차의 유용함을 널리 알려 나가는 일에 차인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해남다인회는 반세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후대에게 전할 기록이 없었습니다.
이에 2007년 해남군의 지원을 받아 진도 출신 작가와 ‘해남의 차 문화’ 원고 작성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다인회에서 작성해야 할 자료를 찾기 위해 다인회 창립 때부터의 문서를 샅샅이 뒤지는 등 10여 개월의 산고 끝에 2008년 세상에 내놓았을 때의 기쁨과 보람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1992년부터 개최한 초의문화제의 꽃 초의상은 우리나라 차 문화 발전에 크게 공헌한 차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전통을 이어왔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의 취지와는 다르게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보이자 제25회 초의상부터는 선정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즉, 추천을 받아 시상하던 것을 직접 유공자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 태평양화학의 고 서성환 회장은 1970년대 우리나라에 차 문화란 단어가 생소했던 시기 제주도 황무지에 100만여 평의 차밭을 일궜습니다.
또 제다설비와 기술을 끊임없이 향상시켜 값싸고 질 좋은 차를 대중에게 내어놨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차 박물관을 건립해 초의선사 존영과 선사가 저술한 동다송 등의 차 관련유물을 수집 보전함으로써 우리나라 차 역사가 기록되게 하는 공적 또한 남겼습니다.
그런데 그 분 생전에 드리지 못했던 초의상을 2016년 제25회 초의 문화제 때 유족에게 드림으로서 전국 차인들로부터 뜨거운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26회 수상자 정영선 박사 역시 1990년 한국 차 문화 연구소를 설립해 수많은 학술연구지를 발간하고 예다학의 학문적 기초를 세운 공적이 있음을 찾아내 초의상을 수여함으로써 초의상의 가치를 되찾고 해남다인회의 존재감을 높였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차 문화발전을 위한 후학양성을 위해 2009년 제18회 초의문화제부터 시행한 차 학술 논문 공모전은 전국대학과 대학원에서 차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을 공모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차 행사 프로그램으로 차계의 격찬을 받고 있으며 이 또한 다성 초의선사의 차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는 일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초의문화제 이런 정신, 이런 방향으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군민 모두의 가정마다 그윽한 차향 속에서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는 소중한 시간들이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