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섭(해남다인회 회장)

해남은 차에 관한 문화와 역사가 가득한 곳입니다. 
다성 초의선사가 차를 매개로 당대의 석학인 다산, 추사 선생 등과 교류하며 일지암을 차의 성지이자 인문학의 산실로 가꾸고 차의 성전「동다송」을 지어 조선조후기 침체된 차 문화를 중흥시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남다인회는 초의선사의 차 정신을 계승하고 차의 종가로 불리어지고 있는 해남의 차 문화를 발전시켜야 할 사명과 책임을 갖고 태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는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고 곧 쇠퇴해 버린다고 합니다. 
차 문화 역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고 쉽고 편하게 차 생활을 즐기도록 해야 함에도 차는 너무 어렵고 번거롭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또 커피문화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인해 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 차 문화를 꽃피우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차는 누구나 마시는 기호음료이고 행다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도 없으며 선다일여 같은 오묘한 진리를 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검소하고 소박한 차 생활로 자신을 낮추고 세대 간 교감을 이루면서 차의 유용함을 널리 알려 나가는 일에 차인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해남다인회는 반세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후대에게 전할 기록이 없었습니다. 
이에 2007년 해남군의 지원을 받아 진도 출신 작가와 ‘해남의 차 문화’ 원고 작성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다인회에서 작성해야 할 자료를 찾기 위해 다인회 창립 때부터의 문서를 샅샅이 뒤지는 등 10여 개월의 산고 끝에 2008년 세상에 내놓았을 때의 기쁨과 보람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1992년부터 개최한 초의문화제의 꽃 초의상은 우리나라 차 문화 발전에 크게 공헌한 차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전통을 이어왔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의 취지와는 다르게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보이자 제25회 초의상부터는 선정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즉, 추천을 받아 시상하던 것을 직접 유공자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 태평양화학의 고 서성환 회장은 1970년대 우리나라에 차 문화란 단어가 생소했던 시기 제주도 황무지에 100만여 평의 차밭을 일궜습니다. 
또 제다설비와 기술을 끊임없이 향상시켜 값싸고 질 좋은 차를 대중에게 내어놨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차 박물관을 건립해 초의선사 존영과 선사가 저술한 동다송 등의 차 관련유물을 수집 보전함으로써 우리나라 차 역사가 기록되게 하는 공적 또한 남겼습니다. 
그런데 그 분 생전에 드리지 못했던 초의상을 2016년 제25회 초의 문화제 때 유족에게 드림으로서 전국 차인들로부터 뜨거운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26회 수상자 정영선 박사 역시 1990년 한국 차 문화 연구소를 설립해 수많은 학술연구지를 발간하고 예다학의 학문적 기초를 세운 공적이 있음을 찾아내 초의상을 수여함으로써 초의상의 가치를 되찾고 해남다인회의 존재감을 높였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차 문화발전을 위한 후학양성을 위해 2009년 제18회 초의문화제부터 시행한 차 학술 논문 공모전은 전국대학과 대학원에서 차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을 공모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차 행사 프로그램으로 차계의 격찬을 받고 있으며 이 또한 다성 초의선사의 차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는 일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초의문화제 이런 정신, 이런 방향으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군민 모두의 가정마다 그윽한 차향 속에서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는 소중한 시간들이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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