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중앙교회, 24명으로 구성
신앙 관계없이 주민들이 단원

▲ 북일중앙교회 땅끝드림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토요일 예배당에 모여 연습을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북일중앙교회에선 농사와 바다 일로 주름이 새겨진 손들이 플롯과 첼로, 기타 음을 낸다. 그 손들이 악기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일중앙교회가 운영하는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설주일 목사는 젊은 축에 속하는 40대 50대들을 만났고 초중생이 있는 부모들을 만나 동호회 활동을 권장했다. 그러나 답변은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것을 한 대요?”였다.
이에 설 목사는 “시골에 산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된답니까?”라고 반문하며 문화이기 전에, 예술이기 전에, 지역화합이라는 거창한 표현 전에 인간 개개인의 존중감을 이야기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활동하는 뮤직홈음악연구는 전국 농촌교회에 악기 전공자를 강사로 파견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설 목사는 이곳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을 먹은 후 끈질기게 주민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작고 알뜰한 우리동네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최연소 10살부터 최고령 83세의 어르신까지 총 24명의 단원이 구성됐다. 이름은 땅끝드림오케스트라이다.
이들은 처음 모여 연주를 한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날짜도 기억한다. 2017년 10월 둘째주이다. 성공과 실패는 땅끝드림오케스트라 사전엔 없다. 연주를 하고 있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며 만난 모임, 그래서 악기를 들었다. 

 단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을 연습하는데 한 시간은 개인레슨을 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합주를 한다. 
단원들은 평소 둘로 나눠 연습을 한다. 한 파트가 레슨을 하면 다른 파트는 합주를 하는 식이다. 그리고 다시 교환하는 식으로 수업은 진행된다. 교육관과 예배당은 훌륭한 교실이다. 
개인적 사정으로 수업에 빠진 사람은 다음에 보충수업도 이뤄진다. 단원들의 자신감은 베풂으로 이어졌다. 지역사회 행사에 초청도 되고 직접 발품을 팔아 요양원 등 시설을 찾아 공연도 한다. 
이제 땅끝드림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문화와 예술의 수혜자가 아니다. 문화 생산자이자 기획자, 삶의 주체자가 됐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해 질 녘까지 들에서 바다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삶에 재미난 꺼리가 더해진 것이다.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노년의 장난감도 생겼고, 세대를 초월한 만남도 이뤄졌다.
설 목사는 “더불어 같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중요한 것 같다”며, “건강하게 삶을 세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행복이자 삶의 풍족이다”고 말했다.
‘나 같은 것’이 아닌 ‘당신이어서’ 할 수 있는 무엇을 위한 탐색이 땅끝드림오케스트라에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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