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경(송지 신흥·귀농인)

 날씨가 부쩍 더워지고 있다.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이런 소소한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농촌에서는 새로운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어느 것 하나 녹녹하지 않은 농사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주변의 것들을 돌아볼 엄두를 못 낼 때가 많다. 
정신없이 시간의 흐름에 삶을 내맡기고 살다 보니 세월호가 바다로 침몰한 지 벌써 4년이 흘러가 있다. 
4년 전 4월16일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그날의 사건. 지금도 그날의 슬픔, 황당함을 잊을 수 없다. 꽃 같은 젊은 영혼들의 한 맺힌 울부짖음을! 그런데 그 일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책임자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인한 결과였다는 것을!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물며 가족들의 가슴은 어쩌겠는가? 먹먹하다 못해 찢어지는 아픔을 참지 못해 멍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천 개의 바람이라는 노래를 부르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신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진상규명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가족을 잃은 많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계속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많은 이들을 모이게 만들었다. 기나긴 촛불집회의 힘은 불가능 할 것 같던 권력을 가진 그녀를 권력으로부터 끌어내려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그동안 감춰지고 봉인됐던 비밀의 일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4월의 자연은 찬란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노란 개나리와 분홍 꽃들로 수놓은 자연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다. 하지만 4년 전 4월은 잔인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잔인함을 기억하며 살게 될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에 더 잔인하게 기억할 것이다. 이 아름다움을 얼마나 많이 느끼고 즐겼어야 할 그들이었나!
곧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지역 곳곳에서 4주기 추모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안산에서는 ‘기억하고 희망하는 봄’이라는 주제로 3일부터 추모행사가 시작되고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충격적인 일이었더라도 조금씩 그 충격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을 가진 어른들로 인해 사라져간 젊은 영혼들의 애달픔, 그리고 가족들의 지옥과도 같은 기다림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책임한 국가 권력이 우리의 국민을 얼마나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절대 잊어서는 안되며 또한 그것이 조금이라도 관철되는 정부를 만들어 나가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월호는 살아남은 자들에게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의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며 국가 권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여전히 시골살이는 정신없이 분주하다. 도시인들도 마찬가지로 분주하다. 
우리들 모두는 매일 새로운 일에 즐거워하며 슬퍼하며 살아가겠지! 삶에 매몰돼 살다 보면 세월호를 잠시 잊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슴 한 켠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할 공간을 만들어 놓기를 희망한다. 그들을 우리의 삶 한 켠에 기억하고 새 세상을 희망하는 우리들이 되기를! 그것이 천 개의 바람이 되었을 그들의 바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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