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경(송지,신흥 귀농인)

 올여름은 이 더위를 어찌 보내나 했는데 한여름 더위를 무사히 견뎌내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요즘이다. 
요즘 해남의 농촌은 정신없이 바쁘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한여름 가뭄으로 그렇게 바라던 비는 태풍 솔릭이 다녀간 후로 시도 때도 없이 내려 배추를 심어야 하는 농가들의 마음을 애태우기도 했다. 땅이 말라야 로터리를 치고 비닐 깔고 배추를 심을 수 있는데 사흘이 멀다 하고 내리는 비로 우리집도 며칠 전 발을 동동거리며 겨우 배추를 심었다. 이래서 농사는 하늘이 90%는 지어준다고 하나 보다. 
벌써 귀농 4년 차인 나는 아직도 농사일이 서툴다. 그래서 더 분주한가 보다. 농사라는 게 앞뒤 순서를 쫙 꿰고 일사분란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서툴다. 그러다 보니 함께 일하는 남편과도 사소한 일로도 감정이 상한다.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내려온 농촌에서 이제 몸과 마음의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다. 늘 바쁘고 언제나 정신없이 지낸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우리는 더 작업량이 많다. 이제는 제법 농사짓는 양이 많아져 그런가. 이번 배추 심는 날에도 너무 정신없이 바빠 입맛을 잃을 정도다.  
해남의 가을은 유독 더 바쁘다. 날씨가 따뜻한 탓에 겨울 작물들을 지금부터 심고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봄에 심은 작물들을 거둬들이는 일도 있다. 배추파종을 시작으로 배추정식을 마친 우리집도 앞으로 양파파종, 마늘정식, 양파정식, 시금치, 봄동심기 등 해야 할 일이 산재해 있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 농촌의 일상이 즐겁지만은 않다. 물론 노동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노동의 대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우리집은 작물이 잘 자라다가도 한방에 훅 날아가 버리기 일쑤다. 병에 걸리게 되면 거의 속수무책이 돼버린다. 봄에 잘 자라던 양파가 갑자기 병에 걸려 수확량이 형편없어졌다. 유기농가에서는 이렇게 병이 오면 작물이 잘 버텨주고 스스로 이겨내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6개월이나 공들이던 양파 출하량은 한살림 약정량에 절반 정도에 그쳐 들어간 비용 건지기에 급급했다. 
고추 같은 다비성 작물을 유기농으로 키워내는 건 더 힘들다. 올해도 우리는 고추생산 농가의 4분의 1도 수확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추를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올해처럼 고추가격이 춤추는 시기에는 더 속상하다. 
이래저래 농민들의 생활은 고달프다. 일에 치이고 경제력에 치이고. 삶의 여유와 활력을 찾고자 내려온 귀농 생활이 즐거워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겠지만 농민들이 잘사는 제도가 뒷받침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해남에서는 농민수당 이야기가 나오고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나 삶의 질적으로나 농민들이 일을 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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