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만안리 귀농인 정혜성 문화예술 강사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번역 출간

 

 아이들의 작은 말도 노래로 만들어내는 재주꾼 정혜성 씨가 번역한 스위스 출신 철학자 헤럴드 슈와이저의『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저서가 지난 8월 출간했다. 
정 씨는 이번 번역출간에 이어『무슬림 예수』번역 작품도 출간 예정이다.
정 씨는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동양 종교 전통을 전공했다. 이후 2013년 현산면 만안리 미세마을로 귀농해 농사를 지으며 문화예술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번역활동도 하고 있다.
정 씨는 해남에서 번역하는 일은 만만치 않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번역에 필요한 참고 문헌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을 오갔는데 서울에 있는 친정집보다 오히려 단골 코스로 도서관을 더 찾게 됐다고 한다.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를 저술한 해럴드 슈와이저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취리히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7년 미국으로 이주, 버크넬대학교 영어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다. 그의 저서 제목에서 보듯 그는 ‘기다림’과 ‘머무름’에 대해 인문학적 권위자다. 정 씨가 그의 작품을 번역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 씨는 시간이 돈이고 규범인 자본주의 시대에서 ‘머무름’과 ‘기다림’의 태도는 쉼과 함께 자연에 대한 혜안을 열어준다고 말한다.  
그는 ‘멀리서 보는 산은 어지럽다. 하지만 대상을 조금만 깊이 바라보면, 우리는 산 속에 있는 나뭇잎도, 동물들 모든 것이 시간 속에 사멸해가는 ‘존재’라는 대상에 접근하게 된다‘며 머무름과 기다림은 사유의 힘을 키워줌도 강조한다.
책을 번역하는 동안 책의 내용이 자신의 삶으로 귀속됐다고 한다. 
그 시간동안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가 태어났다. 
그녀는 번역작업은 내 안에서 바라본 자연의 낯섦을 매일 같이 경험하는 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현산면 미세마을에서 도시민들에게 농가체험을 제공하며 미세마을을 청년공동체 마을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그였기에 ‘기다림’, ‘쉼’, ‘머무름’, ‘시간’이라는 주제로 집필된『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를 번역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수업에서도 나타난다. 해남에서 문화예술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야호문화나눔센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문화농부 이음’과 ‘사뿐사뿐 글고양이 학교’에서 노랫말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지저귀는 수다를 익숙한 피아노 건반에 맞춰 즉석에서 작곡해 아이들과 함께 부른다. 그냥 뱉었던 아이들 말이 노래가 되고 예술이 다시 놀이가 되는 수업 역시 그녀에게 있어 ‘기다림’의 결과이다.  
정 씨의 이러한 수업 방식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녀는『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번역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베그르송을 비롯해 벤야민, 아도르노, 블랑쇼, 레비나스의 생각, 시, 작품 등의 맥락을 조금만 더 꿰뚫을 수 있는 혜안이 있었다면, 해럴드 슈와이저의 생각을 좀 더 잘 독자에게 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기에, 그는 삶이 완성이라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닌 미완성의 쉼표로, 삶은 기다림의 과정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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