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펴냄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2014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전면으로 다뤘다. 
소설은 작가로 하여금 ‘왜 이글을 써야 하는가’ 혹은 ‘지금 상황에서 이런 소재에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것인가’를 묻게 했다. 더군다나 20세기 유신의 종말이 선언되고 불법 찬탈된 군사 정권이 종말했음에도 역사적 죄악은 끊임없이 대중들 사이에 회자되며, 소설은 마침내 세계가 인정하는 문학작품으로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은, ‘비가 올 것 같아’ 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거리로 나간 소년이 군인들의 학살 현장을 목격하고 희생된 이들의 시신을 수습한 체육관에서 어른을 도와 여러 일을 하는 이야기, 그러다 소년은 시민군들과 최후까지 저항하다 혼령이 돼 떠돌게 된다. 자신이 어떻게 죽게 된 건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 다시 볼 수 없는 누나에 대한 걱정, 자신의 부패된 시신과의 조우 등 역사 속 인간 실존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시대의 양심에 대해, 다시 평화의 불이 밝혀지는 이때에,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역사의 부역자들은 늘 시대가 변해도 “그때는 그랬어”라고 허망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나라냐’는 물음 속에 국민은 촛불을 밝혔고, 정권을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해갈되지 않은 가뭄은 촛불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좀 더 사람답게 살고 싶은 과정으로서 우리는 역사를 이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무의 나이테에 새겨진 역사의 흔적들 속에 뒤틀린 아우성은 언제라도 그 옛날 그때처럼 똑같지는 않더라도 반복될 가능성을 우리는 최근의 역사에서 목도했다. 여전히 끝난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살려야 할 수천의 쓰러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묘지처럼 황폐한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소설이 주는 주요 메시지다.    
지난 정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배제대상(블랙리스트) 도서 목록에 이 소설이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소설의 문장을 잠시 흉내내보자면, 『소년이 온다』는 ‘느이 형들이 왔다 간’ 마음 허한 우리 옛터의 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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