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로써 요즘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된다. 고등학교 입시설명회를 찾아가기도 하고 대입제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학부모이다. 
우리 부부는 누구나 대학을 가야한다거나 무조건 좋은 대학을 나와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니다. 그런데도 정작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이런 저런 입시설명회를 들으면서 흔들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부모가 중심을 잡고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사실 귀농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공부한 것이 아깝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속상해 하셨겠다”이다. 물론 나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늦게까지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죄송하다.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가치관을 갖게 됐지만 그전에 나의 뇌세포 속에 가득 차 있던 기억들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나의 뇌세포 일부는 농사를 지으며 노동하는 것이 고생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농사는 선호하지 않는 직업이라고.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요즘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가길 바랄까?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을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랄까?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 속에서 비리나 부정을 저질러도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면 얼마나 비참한 일일까?
우리 아이들이 아직은 중학생이라 구체적으로 입시를 고민해 본 적은 없지만 귀농을 하기 전 도시에서 생활할 때 우리나라의 과도한 교육열을 간접적으로 느끼곤 했다. 많은 부모들은(어쩌면 나도 포함해서) 자신의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길 기대한다. 서울에 있는 상위 10개 대학에 보내려고 혈안이다. 
이러한 과도한 교육열이 숙명여고 시험지유출 사건을 불러왔다. 이번 사건은 과연 교육이란 무엇일까?를 다시한번 고민하게 했다. 
아이들에게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취하라고 하는 것은 교육의 근본을 망각한 행동이다. 결과만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이런 부모의 교육관을 보고 배운 아이는 자라면서 부정부패에 너무도 관대한 성인으로 자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판치는 대한민국을 상상하는 것은 끔찍하다. 세월호도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리라.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에서 쌍둥이 자매는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태연하게 학교생활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끔찍했다. 이 아이들은 이미 부정에 대해 무감각해져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다. 어떻게든 주변의 아이들을 딛고 이겨나가면 되고 과정에서의 부정은 아무 의미가 없는, 실수로 일을 저질러도 가슴 떨리는 감수성 풍부한 나이의 소녀들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 만큼 담대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만들어낸 괴물이다. 우리 모두 반성해야할 일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괴물로 자라기를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