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민 경(송지 신흥·귀농인)

 해남에 내려온 지 어언 5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해남에서의 삶은 많은 것들이 어설프고 낯설었다. 농사일이 처음부터 쉬울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힘들고 어려웠다. 여름에 내려와 접한 해남의 날씨 또한 힘들게 했다. 뭐하나 쉬운 것은 없고 날씨는 덥고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우리에게 여름의 잡초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힘에 부친 나를 울게도, 때로는 남편을 원망하게 만들었다. 처음 귀농을 했던 마을은 바닷가 근처 마을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았고 연고 없이 내려온 이방인이 땅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또 농사경험도 부족해 뭘 먼저해야하고 뭘 나중에 해야 하는지 모르다 보니 일은 더 버거웠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우리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풀과의 전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풀이 어렸을 적에 작업을 하면 쉽게 제거되지만 풀이 커 버리면 4배 이상의 공을 들여도 힘이 든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심지어 어느 정도 자라면 풀을 잡기 쉽다며 풀이 자라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편과 나는 너무도 많은 것을 모르고 귀농을 한 것이다. 
그러다가 아는 지인의 소개로 새로운 마을로 이전하게 됐다. 그곳은 좀 작은 마을이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적어 상대적으로 땅을 구하기 쉬웠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막막하기만 했던 시골살이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인증을 받아 한 살림에 농산물을 납품도 하게 됐고 그러면서 우리의 계획을 조금씩 실현시켜 가기 시작했다. 1000평에서 지금은 5000평 넘게 농사를 짓게 됐고 비닐하우스 농사도 짓게 됐다. 처음 쑥과 국화도 구분 못하던 나는 무얼 먼저 해야하고 나중에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아는 농사꾼이 됐다. 처음에는 남편을 도와주는거지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풀 뽑기, 모종 키우기, 밭에 친환경 약제 주기, 밭물설치, 포장하기, 절임배추 등 못하는 것이 없다. 물론 손이 느리기는 하다. 하지만 농사일이 막막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이곳 해남이 매우 좋다는 것.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고 문화가 발달돼 있는 해남, 날씨가 따뜻해 겨울에도 작물을 심고 바쁘게 일할 수 있는 땅, 그런 해남이 매우 좋다. 많지는 않지만 내 땅이 있기에 뭘 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즐겁다. 그 땅에 창고를 짓기도 하고 집을 짓기도 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하다. 또 한살림을 만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돼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메우 즐거운 일이다. 
올해 고구마 1000평을 심어 8톤 정도 수확을 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야 하지만 해남에서의 삶에 만족한다.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것이고 그래서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아직 배울 것들이 많지만 언젠가는 터득한 경험을 누군가에게 얘기해주며 지금의 삶을 더듬어 볼 날도 있을거라 희망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 힘이 돼 준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마을의 어르신들의 격려 또한 너무 감사드린다. 늘 도움을 주시는 정곤아주버님, 몽룡아주버님 너무 너무 감사드린다. 
우리가 해남에서 버티고 살아갈 수 있게, 그래서 이제는 해남에서 더 많은 날들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 것은 모두 주변의 도움이다. 비록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일지라도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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