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 무서워요? 도시락 싸가요?

▲ 김 석 천(전 교사)

 「우리 분교장은  한반도 최남단 땅끝 해남의 어불도라는 작은 섬에 위치해 있습니다. 학생 수 열네 명, 문화 시설이라곤 달랑 구멍가게 하나뿐이고 마을 이쪽에서 저쪽까지 해안도로가 500여 미터밖에 되지 않은 자그마한 마을입니다. 대도시에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 기차를 타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태반입니다.」정부나 기업에 지원 요청을 할 때마다 적어 보낸 호소에 가까운 글입니다. 
정부 기관에 편지를 보낸 지 몇 개월 후 답장이 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북한 금강산에 오를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10월 29일 속초항 출발이 확정되었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애들아. 우리 금강산 가게 되었다”
금강산 체험학습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그날부터 풍선처럼 둥둥 떠다닙니다.
“선생님, 북한 사람들 무서워요?”
“도시락은 어떻게 해요?”
아이들 사진을 찍고 여권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금강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북한 땅에 가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귀가 아프게 들려주었습니다. 
“거기서는 아무 곳에나 대소변을 보아서는 안 되고, 휴지를 버려서도 안 되고, 돌 하나도 건드리지 말고, 나무가지 하나도 꺾어서는 안 되고…등등”
막상 정부 지원을 받아 금강산 여행을 가게 되었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속초까지 왕복 교통비와 경비가 문제입니다. 올해는 김 농사조차 별로여서 학부모님들에게 경비 문제를 말씀드릴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고민을 하다 해남 군수를 찾았습니다. 분교장의 형편과 금강산을 가게 된 사정을 여차여차 말씀드리고 도움을 요청하니 현금 지원은 어렵고 어란에서 속초항까지 올라가는 길은 군청 버스를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박 회장(운영위원장)이 속초에서 내려오는 버스는 학부모들이 어떻게 힘을 모아 보겠다고 했습니다. 
금강산에 오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어불도 안에서만 살았던 아이들인지라 체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중간놀이 시간과 방과 후에 학교 뒷산(운망봉, 해발 130m)에 오르내리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곳 정상에 오르면 남해(南海)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어불도 마을이 그림처럼 내려다보입니다. 아이들 말로는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가 어슴푸레 보인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제주도라고 하는 것은 아마 다른 섬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루에 두 번 운망봉을 오르는 훈련은 마치 신병훈련소를 연상케 합니다. 북한 땅을 밟아 보고 금강산을 오른다는 꿈에 부푼 아이들은 힘든 뒷산을 오르내립니다. 체력 훈련은 체육과 출신인 정 선생이 맡았습니다.
“선생님 그만 해요. 죽겠어요.”
“안 돼! 금강산은 여기를 몇 십번 오가는 것보다 높고 힘든 길이란다.”
훈련을 거듭하다 보니 처음엔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산을 거뜬히 오르내립니다.
금강산으로 출발하기 전날 밤에 군청 버스를 탔습니다. 속초항까지 9시간을 밤새 달렸습니다. 오후 1시경에 설봉호를 탔고 4시간 만에 북한 땅인 장전항에 도착했습니다. 
금강산을 오르는 날, 길이 멀고 가팔라서 어른들도 중간에 주저앉고 마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한 달 이상의 체력 훈련이 효과가 있었는지 우리 아이들 모두가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있는 상팔담까지 올랐습니다.
금강산 관광 2박3일의 여정 동안 아이들은 잘 먹고 건강했습니다. 눈치가 없는 아이들인지라 간혹 북측 안내원들이 있는 곳에서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하는 바람에 곤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속초에 도착하니 학부모님들이 지원해 준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9시간여를 달려 어란항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가깝습니다. 학부모들 모두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버스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아이들은 어불도로 돌아가는 김배를 탔습니다. 
어란항의 불빛이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2002. 11. 02. 어불 분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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