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태 정(땅끝문학회 회장)

 기관사가 된 나는 기관실에 앉아있다. 증기기관 같은 구식의 기차는 느릿하게 어딘가를 향해서 달린다. 그러던 어느 순간 레일은 끊기고 앞에는 끝없는 벌판만 펼쳐진다. 나는 혼자 어떻게든 기차를 멈춰보려고 하지만, 레일의 방향성을 상실한 기차는 관성으로 벌판을 달리다 제멋대로 멈춘다. 
어느 날은 운전대가 없는 자동차 안에 앉아 있다. 차 안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운전대는 찾을 수 없다. 
자동차는 시동이 걸려 있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언제라도 달릴 것만 같다. 그러나 방향을 틀 수 없는 자동차는 결국 움직일 수가 없다. 
내일이 암담하던 젊은 시절 자주 꾸었던 꿈이다. 방향성을 상실해 움직일 수 없었던 이 탈 것들은 곧 나였다.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방향은 곧 나아갈 힘의 원천이었다.
해남우리신문 편집국장 직책을 앞에 놓고 내딛을 발의 방향을 생각해본다. ‘이 또한 새로운 기관차에 승선한 것인가? 혹시 운전대 없는 자동차에 올라탄 것은 아닌가? 속도는 무엇보다 방향에서 나올 텐데, 방향은 제대로 잡을 수 있는 것인가?’ 그간 해남우리신문이 지향했던 가치는 지역사회 공동체 정신이었다. 
공감하는 바다. 지역 신문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더불어 사는 따뜻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왠지 허전한 느낌이다. 
편집국장으로서 지역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촌놈 마라톤 하듯이 초반에만 헉헉거리다 나가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뒤쳐진 약자에게 이리떼처럼 달려들지 않을 것이다. 신문은 본연의 사명이 있게 마련이다. 그 기본은 공익의 가치와 생산적 비판이다. 해남우리신문은 해남의 신문이다. 
해남인의 공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생산적인 비판능력 강화로 보다 건강한 해남을 만들 것이다. 독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현장의 생생함을 담아 낼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것이다. 독자위원회를 강화하고, 독자들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농촌형 사회 안전망 점검으로 보다 안전한 해남을 추구할 것이다. 자꾸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 보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농촌 경제공동체와 환경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2010년 해남우리신문 창간 멤버가 돼 취재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신문사의 열악한 환경에선 독자 확보와 취재가 가장 큰 일이었다. 그 후 문화원 사무국장과 읍지 편집위원장을 거쳐 다시 해남우리신문에 돌아왔다. 이제 해남우리신문도 10년이 된 신문이고 보면 지역사회에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럴수록 지역 사회를 위해 분담해야 할 일들은 더 많아지고 책임도 막중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편집국장, 아직은 설고, 배울 게 많다. 원론적인 틀은 그림을 그렸지만, 그 구체적인 실제는 또 다른 영역이다. 
독자들과 군민들이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곳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한 레일이 끊기거나 운전대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군민 여러분의 많은 지도 편달을 바란다.  
「해남군지」와 「해남읍지」 편집은 해남을 이해하기 위한 느린 과정이었다. 이제는 호흡 단위가 주 단위로 바뀌어야 한다. 군민과 보다 더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부대끼며 숨 쉴 것이다.
우선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 차차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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