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태 정(해남우리신문 편집국장)

 
해남읍 연동에 소재한 땅끝순례문학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전문가 채용이 우선돼야 한다. 땅끝순례문학관은 보수공사로 수년 만에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의 부실 때문이다.  
땅끝순례문학관은 임시개관 때부터 전문가가 아닌 일반직 공무원이 팀장을 맡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현재 땅끝순례문학관은 고산문학팀에서 관리하고 있다. 
고산문학팀은 윤선도유적지를 관리하는 팀으로 문학관이 담당해야 할 본연의 프로그램 운영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문학관은 업무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현재의 일반직 공무원 체제로는 업무 파악하다 시간을 보내고 타 부서로 발령을 받아 떠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전문가 배치는 가장 급선무이다. 문학관은 현재의 순환보직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강진 시문학파문학관의 성공사례는 처음부터 학예사를 배치하고 학예사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해남군 문화예술과는 학예사 배치로 가닥을 잡고 군수 결재를 받아놓은 상태이다. 
다행히 인사부서인 총무과와 의견 조율도 마쳤다. 
문화예술과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문학전공 학사학위 이상 소유자로 관련업계에 3년 이상 종사자를 7급 상당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남주기념사업회 김경윤 회장은 문학전공 석사 이상으로 10년 이상 작품활동을 하며 중앙 문단에 등단한 작가로 학예사를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을 쓴 석사 정도였을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중앙문단과 연이 닿아 있어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현재 문학관이 운영하려고 하는 프로그램들로는 이미 문화적 안목이 높아진 층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땅끝순례문학관의 또 하나 난제는 해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시인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주제가 없는 문학관, 그저 해남출신 시인들을 망라한 향토문학관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땅끝순례문학관의 건립 목적은 80년대를 대표한 저항시인 김남주와 고정희, 우리나라 서정시의 대가인 이동주와 박성룡 시인을 위한 공간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이들은 전시관 객체로 전락해 버리고 버젓이 살아있는 해남시인들이 자리를 차지해 버린 것이다. 
향토시인들을 보기 위해 누가 이곳을 찾을 것인가. 해남군민들도 찾지 않는 공간을 해남군을 비롯한 해남 문인들 스스로가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 현재 땅끝순례문학관을 관리하고 있는 고산문학팀에서는 해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학단체별로 4인씩 추천을 받아 대표시와 프로필, 사진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지역사회 내에서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출향 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월별 분기별로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그들에게 문학관을 홍보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전시 공간은 두괄식 배치로 문학관의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야 관람객의 시선을 끌 수 있다. 전시관 초입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해남시문학의 역사는 과감히 뒤로 배치해야 한다. 
대신 그곳에 해남의 대표 작고 시인 4인으로 이동주, 박성룡, 김남주, 고정희 시인을 배치해야 한다. 문학판에는 선후배가 없다고 했다. 지명도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 뒤로 생존해 있는 김준태, 황지우 시인 등이 뒤를 이어야 한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자산이다. 이런 인물들을 부각시켜야 해남만의 문학관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문학판을 아는 전문적 안목이 있는 학예사가 배치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문학관을 살리는 데에 초점을 맞춰 행정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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